일본, 엔화 강세로 수출 뚝 경기침체 악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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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14일 “국내외의 수요 침체로 일본 경제의 회복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금융위기를 맞은 미국에서 소비가 줄어들고 있어 자동차 등 일본의 주요 수출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일본 제조업체의 대미 수출은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유럽 경제도 부진에 빠지면서 일본 기업은 감산 및 설비투자 축소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반도체 메이커인 엘피다는 이미 10% 감산에 들어갔다. 또 주요 철강업체들은 10~20% 감산을 검토 중이다. 미국 시장에서 일본산 대형 TV의 판매도 9월 들어 급격히 위축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점두 판매가격도 하락하기 시작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또 “7~9월 중 일본 기업의 생산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게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이런 추세는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일부에선 내년 2분기에도 0%대의 저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세계 경제의 회복이 늦어지면 일본 경제의 회복은 더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 기업으로선 엔화 강세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도 부담이다. 이미 한국과 경쟁관계인 자동차·전자업종의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나온다. 노무라(野村)증권 금융경제연구소는 “올 8월 이후 주가가 떨어지고,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은 0.8%가량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국제유가의 급등세가 진정되고 엔고의 영향으로 식료품·원자재 수입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인 변수다. 니혼게이자이는 “경기 침체에 따라 고용 사정도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가 얼마나 소비를 하면서 경기를 지탱해 줄 수 있을지가 향후 일본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창우 기자

[이슈] 미국발 금융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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