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미국 대선] 경제해법 공약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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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발 국제 금융위기 속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연차 총회가 열리고 있는 워싱턴 DC에는 세계의 경제 분야 고위 관료들과 금융 전문가들이 총집결해 있다. 13일(현지시간) 주최 측이 특별 제작해 중요 행사장마다 배포한 신문에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와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의 경제 정책 비교 내용이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금융위기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이 차기 미국 대통령의 가장 큰 책임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때맞춰 두 후보는 이날 금융위기 해법을 각각 대선 공약으로 새롭게 제시하면서 막판 표심 잡기에 주력했다. 특히 오바마 후보가 한발 앞서 움직였다.

◆오바마 측, 600억 달러 투입 제안=오바마는 오하이오주 유세에서 “이번 위기의 원인 중 하나는 월스트리트와 워싱턴은 물론 실물경제 일부에서도 많은 사람이 자기 능력 이상의 생활을 했기 때문”이라며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갚지 못해 집을 차압당할 사람들에게 90일간의 유예조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모기지를 갚지 못해 집을 팔아야 하거나 자녀들을 대학에 못 보낼 상황에 처한 사람의 경우 2009년까지 아무런 위약 부담금 없이 지금껏 부어 온 퇴직연금의 15%, 최고 1만 달러까지 인출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현행 연금 관련법은 59.5세 이전의 사람이 퇴직연금을 조기 인출할 경우 10%의 위약금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바마는 또 “경제 회복 계획은 모두가 가슴에 품고 있는 단어인 ‘직업’으로부터 시작한다”며 “2010년까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신규 정규직 근로자 1인당 3000달러의 세금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금융위기로 채권을 발행하지 못하게 된 주정부·지방정부를 위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긴급 단기자금을 대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가 제안한 경제 회생 방안은 약 600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매케인 측 “세금 감면과 정부 지출 통제에 초점”=매케인 측은 오바마의 제안을 비판하며 14일 새로운 금융위기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제 이슈가 사그라지지 않는 현실을 감안해 이제는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찾은 매케인은 오바마를 1929년 대공황을 막는 데 실패한 공화당 출신 대통령 허버트 후버와 비교했다.

그는 “후버는 오바마가 제안하는 것처럼 경제가 악화된 상황에서 세금을 인상하고 무역을 제한했지만 결과가 크게 좋지 않았다”며 “나는 부시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답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가장 중요한 정책 집행에 필요한 돈을 제외하곤 정부 지출을 동결하고, 70.5세가 되면 퇴직연금에서 탈퇴토록 한 강제규정을 유예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매케인 진영의 더글러스 홀츠 이킨 경제 분야 선임보좌역은 오바마의 제안에 대해 “신규 근로자 1인당 3000달러의 세금 혜택은 오바마의 증세안과 건강보험 부담 정책으로 타격을 입을 고용주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매케인의 새 제안은 약 525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며, 주택 압류 유예조치 대신 세금 감면과 정부 지출 통제를 통해 아직 지급 불능 상태에 이르지 않은 이들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예고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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