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골프 '슈퍼신인' 박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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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국내 여자프로골프 사상 첫 2억원 돌파의 「슈퍼신인」박세리(19.삼성.사진).6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한화컵 서울여자오픈골프가 막을 내린 프라자CC.연장 첫홀에서 파를 잡아 우승을 확정지은 순간 박에게 쏟아지는 갤러리들의 눈빛은 선망 그 자체였다.올해부터 10년간 삼성에서 30억원의 지원을 받기로 하고프로골퍼가 된지 6개월만에 돈방석에 앉은 19세 소녀.『우리 딸도 골프나 시킬걸….』 그러나 박에게는 우승감격과 갤러리들의부러운 시선도 잠깐이다.「3일간의 휴가」(?)가 끝나는 아쉬움에 불과할 뿐이다.뭔가 이룩했다는 성취감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또다시 「지옥훈련」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에게 골프대회는 언제나 부담스럽지만 몸과 마음만은 편하다.
대회기간에는 드라이버샷과 퍼팅연습 몇번으로 가볍게 몸만 풀면 된다.이 기간은 대전 유성초등학교 6학년때 골프를 시작한후 매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훈련을 잠시나마 쉴 수 있어 공식휴가인 셈이다.대회가 끝나면 그에게는 지옥훈련이 기다린다.
운동선수에게 힘의 원천은 다름아닌 훈련량이기 때문이다.운동처럼 정직한 것은 없다.노력한 만큼 보답한다.박은 매일 오전5시30분에 어김없이 일어나 15층 아파트 계단 오르내리기를 5회반복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그런다음 1시■ 동안 행하는 요가운동으로 몸의 유연성을 증대시키는 운동을 한다.요가를 끝낸뒤에는 유성CC 입구에서 매일 6㎞ 의 구보훈련을 실시한다.하루 8백회 정도의 샷연습과 6백번 정도의 퍼팅연습이 오후10시까지 반복된다.친구를 만나거나 그 흔 한 미팅 한번 해볼 틈이없다.골프장과 연습장만이 유일한 위안이다.
박이 골퍼로서 최적의 신체조건을 구비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초.중학교시절 투포환선수로 활동한 덕분에 체계적으로체력을 단련할 수 있었던 기회는 분명 남보다 한발 앞설 수 있는 조건중 하나다.
그러나 아버지 박준철씨의 집요함이 없었다면 박세리의 탄생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세리는 집에서 덤벨훈련을 한다.대부분 사람들은 일차적 한계상황까지 계속하다 어느 정도 피곤을 느끼면 휴식을 취한다.그러나 스스로 한계상황이라고 느낀 순간을 견뎌낼때 힘은 배양된다.
세리는 이 원리를 체험적으로 깨닫고 있다.』 박은 이런 훈련을처음에는 아버지의 강압(?)에 의해 시작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알아서 한다.골프치는게 재미있단다.박의 탄생은 타고난 재능이라기보다 연습에 몰두할 수 있는 정신력과 골프에 대한 애정 때문인 것이다.한편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박은 분명 운동하는 딸을가진 부모들의 선망의 대상이다.지난 4월 프로로 전향한 박은 올해 9개 공식대회에 출전해 모두 2억1천8백70만원을 거둬들였다.지난해 최상호의 프로최고상금(2억1천9백만원)에 불과 1백여만원이 모자 라는 금액이지만 프로축구와 프로야구 역대 최고연봉 선수인 고정운(1억3천5백만원)과 선동열(1억3천만원)에비하면 무려 8천여만원이나 많은 고수입이다.이는 공식상금 수입에 불과하고 삼성으로부터의 연간 지원금 3억원과 4개대회 우승상 금의 1백%에 해당하는 보너스 9천7백20만원을 합치면 모두 6억1천5백90만원의 거액을 벌어들인 셈.그러나 이같은 성공의 이면에는 박이 흘린 피.땀과 노력이 있었다.
김종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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