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있어도 점심굶는 어린이 많아-서울강남 결식학생중 62%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어머니가 직장에 나가는 서울 S초등학교 張모(12)양은 점심시간만 되면 혼자 나가 운동장을 기웃거리다 들어오곤 한다.어머니가 아침 일찍 출근해 도시락을 싸주지 못하기 때문이다.대신 『빵을 사먹으라』며 하루 1천원씩 쥐어주지만 이 돈 으로 장난감이나 만화책을 사보기 일쑤다.
때문에 張양은 1주일에 3~4번은 점심을 거른다.張양은 『어머니가 피곤해하셔 도시락을 싸달라고 말하기 어려워 그냥 점심을굶는다』고 말한다.
최근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빈곤층이 아니면서도 끼니를 거르는 「신종 결식아동」이 크게 늘고 있다.이혼.교통사고 등으로 결손가정이 늘어나고 영양 과잉으로 인한 비만아동이 급증하면서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서도 도시락을 싸오지 않는 어린이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H초등학교 5년 李모(11)양은 같은 또래 아이들보다 15㎏이나 많이 나가는 비만아동.여름방학때 어머니 손에 이끌려 다이어트 전문학원을 찾은뒤 2학기들어 계속 점심을 굶고 있다.
이 학교 金모(37.여)교사는 『한 학년에 다이어트 결식이 3~4명 정도 있다.다이어트 전문가의 철저한 지도로 결식하는 학생이 최근 몇년사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경제적 여유는 있지만 결손가정등의 이유로 1주일에 절반정도도시락을 싸오지 못하고 결식하는 학생들이 한 반에 두세명은 되지요.』 본사 취재팀이 최근 서울 강남지역 20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결식실태를 조사한 결과 81명이 점심 끼니를 거르고 있었다.이중 소년소녀가장이나 극빈곤층 어린이는 30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62%(51명)는 신종 결식아동이다.
김태진.염태정 홍수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