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해외칼럼

미 대선 후보 보좌관의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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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앙일보 독자와 기자들은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외교정책 보좌관인 나에게 선거캠프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곤 한다. 나의 대선캠프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는 2005년 12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그만두고 조지타운 대학 교수로 복귀했다. 당시 매케인 진영은 나에게 아시아 관련 연설문을 작성할 때 도와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의 참모들은 외교정책 분야에서 그의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미리 전문가들을 확보하려 했다. 지난해 봄 참모들은 다양한 주제 또는 지역 전문가들과 함께 공화당 출신의 국무장관(중립적인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제외)들을 영입했다.

그러나 공화당 후보 경선 초기 매케인은 이라크 미군 증원과 이민법 개정 등 인기없는 정책에 찬성해 어려움을 겪었다. 루디 줄리아니, 미트 롬니 등 다른 경선 후보의 보좌관들은 매케인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내게 자기들 진영으로 오라고 손짓했으나 나는 거절했다. 매케인은 자유무역과 이라크전쟁 등에서 정치적 입지가 약화할 수 있음에도 국가를 우선하는 정책을 견지했다. 그는 “이라크에서 항복하느니 대선에서 지는 편이 낫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이민법 개정 등에서도 양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강한 확신과 직설화법은 결국 그를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었다.

그가 후보가 되자 외교정책 보좌관들이 바빠졌다. 우리는 북한 핵 협상 등 대외정책을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언론에 어떻게 대응할지 조언한다. 매케인의 친구인 조 리버먼 상원의원이 올 6월 아시아를 순방할 때에는 그에게 회담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한국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관료나 국회의원과 같은 해외 관계자들과 접촉했다. 이를 통해 한·미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듣고, 매케인에게 미국뿐 아니라 한국의 여론을 반영한 한·미 동맹관계를 조언한다. 후보 보좌관으로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진영의 외교 보좌관들과 격렬한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독자들은 두 진영의 아시아 정책을 비영리 기관인 전미아시아정책연구소 웹사이트(www.nbr.org)에서 비교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매케인의 외교정책팀은 오바마 진영보다 소수 정예로 구성돼 현안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그의 아시아 정책 보좌관은 4명이다. 우리는 필요시 특정 주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을 끌어들인다. 반면 오바마의 외교정책 보좌관은 수백 명에 이른다. 동아시아 전문가만 50명을 웃돈다. 매케인 진영에서는 후보가 스스로 외교정책 전문가이기 때문에 수많은 전문가가 필요 없으며,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본다. 반면 민주당 측에서는 8년간 정권에서 소외됐기 때문에 승리할 경우 차기 정부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의 친구들은 공화당과 민주당 진영 양측에 관계를 갖고 있는데 대부분 교수들이다. 나나 이들이 직면한 도전 중 하나는 유권자 표에 목매는 상황에서 학자로서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교수의 정치적 견해가 학생에게 영향을 끼치도록 할 수 있느냐도 논란거리다. 논문을 쓸 때 나는 여론조사나 교역량 등 객관적이며 실증적 자료를 인용하려 노력한다. 덕분에 정치적 논란 속에서도 편견을 예방하고 학문적 객관성을 지킬 수 있었다. 또 조지타운대 학생들이 똑똑하기 때문에 나의 대선캠프 참여로 불필요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적극적인 정책참여가 교수 생활을 더 풍요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다만 학자들은 정치가 지식인으로서의 그들 역할을 왜곡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교수들이 정책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회다. 이런 참여가 대학과 정부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다.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
정리=정재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