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대 교수들 "로스쿨 도입 땐 학부 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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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도입하는 대신 법과대학 학부과정을 폐지키로 했다.

서울대 법대 정종섭 교수는 7일 열린 '법학전문대학원과 법조인 양성'이란 공개토론회에서 "법대는 교수회의를 통해 로스쿨이 도입되면 장기적으로 법대 학부과정을 없애기로 합의했다"며 "로스쿨이 정착될 때까지는 학부과정과 로스쿨을 병행해 운영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법대 교수들은 또 로스쿨을 졸업한 사람들에게만 법률가 자격시험 응시자격을 주는 미국식 로스쿨 제도가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로스쿨이 완전히 정착될 때까지는 현재의 사시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교수는 "로스쿨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여서 학부에 법대를 두고 로스쿨을 별도로 설치하려는 것"이라며 "로스쿨이 성공하지 못하면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합친 '4+2'시스템으로 법학교육이 개혁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식 로스쿨은 4년제 대학에서 인문.사회.자연 등 다양한 교양교육을 받은 뒤 로스쿨에 입학, 전문적인 법학교육을 거쳐 법률가가 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는 오는 10월까지 로스쿨 도입 여부와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안경환 법대학장은 "사법시험 응시 자격을 전 국민에게 개방해 전공과 관계없이 모든 대학생이 응시 대상자가 되는 파행적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학교 대신 학원이 법학 교육을 주도하면서 대학에서도 공교육 황폐화 현상이 발생했다"고 사법시험과 교육제도의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울대 유근배 기획실장은 "서울대는 법대가 정한 로스쿨 도입안이 실행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자원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로스쿨이 도입된 뒤 3~4년쯤 지나면 법대를 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 정종섭 법대 교수는 "로스쿨 도입만이 법학 교육의 개혁이 아니며 이에 대한 찬반 입장을 보수-진보 논의와 연결하는 것은 오류"라며 "대학 입시의 과열 해소나 대학 학부 교육의 정상화 등을 이유로 성급하게 로스쿨을 도입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서울대 정명희 부총장, 안법대학장, 국제형사재판소 송상현 재판관, 임종헌 사법연수원 교수 등 40여명이 참석해 주제발표와 토론회를 가졌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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