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파산 위기 … IT는 감원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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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로 금융회사뿐 아니라 미국의 자동차 회사와 정보기술(IT) 업체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위기의 여파가 실물경제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은 계속된 경영난으로 파산 경고까지 나왔다.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10일(현지시간) “빅3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크라이슬러는 경기 침체와 매출 감소로 파산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밝혔다. 1위 업체인 GM이 최근 2위 포드와 3위 크라이슬러에 합병을 타진한 것도 살아남기 위한 고육책이다. 합병을 하면 인원을 정리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 등에 따르면 GM과 크라이슬러 측의 협상은 계속되고 있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전통적인 ‘빅3’가 무너지고 ‘빅2’ 체제로 재편된다. 반면 포드는 GM의 합병 제안을 거절하고 독자 생존을 택했다. 대신 보유 중인 일본 마쓰다자동차 지분 33.4%를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자구책을 추진하고 있다.

잘나갔던 IT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시장조사업체인 포레스터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금융회사의 49%가 올해 IT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일반 대기업의 43%도 IT 예산을 줄였다.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면 미국 IT 업계에도 한파가 몰아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반도체 회사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전체 인력의 15%를 2년간 감축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전 세계 직원 1만9000명 중 2850명이 회사를 떠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 그래픽 카드 업체인 엔비디아는 전 세계 직원 6.5%에 해당하는 360여 명을 이달 말까지 해고할 방침이다. 세계 1위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이는 계획을 짜고 있다.

미국 2위의 투자은행에서 은행 지주회사로 변신한 모건스탠리도 지난주 주가가 폭락하는 등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10일엔 주가가 1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시가총액이 103억 달러(약 13조4000억원)로 줄었다. 일본 최대의 금융그룹인 미쓰비시UFJ가 모건스탠리 지분 21%를 90억 달러에 사들이기로 했지만 주가가 급락하면서, 월가 투자자들은 이 계획이 그대로 진행될지 의심하고 있다.

미쓰비시가 투자를 포기할 경우 모건스탠리를 살려줄 수 있는 곳은 미국 정부밖에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 “모건스탠리와 골드먼삭스도 미국 정부의 지분 매입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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