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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로 막내린 ‘일본판 심슨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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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일본판 O J 심슨 사건의 용의자가 미국 사법당국의 수사를 앞두고 10일(현지시간) 목숨을 끊으면서 사건이 27년 만에 영원한 미궁 속으로 빠졌다.

주인공은 27년 전 아내를 청부 살해한 혐의로 15년간의 재판 끝에 일본 법원에서 무죄 확정을 받은 미우라 가즈요시(三浦和義·60). 그러나 그가 올 들어 미 사법당국의 재수사를 받던 중 자살하자 요미우리(讀賣) 신문 등 일 언론들은 11일 호외까지 발행하면서 ‘LA 의혹 사건’에 종지부를 찍었다.

사건은 1981년 11월 미국 LA에서 미우라가 부인 가즈미(一美·당시 28세)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 괴한의 총격을 받아 부인은 숨지고 미우라는 다리에 총상을 입은 데서 시작된다. 당시 이 사건은 미국에서 흔히 일어나는 단순 노상 강도 사건 정도로 여겨졌다. 아역배우 출신으로 잘생긴 외모의 그가 목발을 짚고 혼수상태인 아내의 병상에서 “가즈미 일어나”라며 울먹이는 모습은 세간의 동정을 받았다.

그러나 84년 ‘의혹의 총탄’이라는 제목으로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는 주간지가 미우라 사건을 재조명하는 연재 기사를 보도하면서 상황은 일변했다. 한마디로 청부 살인의 냄새가 짙다는 것이었다. 숨진 부인이 남편을 수령인으로 정한 1억5000만 엔의 생명보험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사건이 일어나기 3개월 전엔 가즈미가 미우라와 불륜관계에 있던 여배우에게서 망치로 머리를 맞아 중상을 입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미우라에게서 “아내를 죽여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여러 사람의 증언도 나왔다. 결국 일 경찰은 88년 10월 미우라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고, 94년 1심 판결에선 그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그러나 항소 끝에 “정황 증거는 인정되지만 직접 살인을 지시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미우라는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2003년 최종심에서도 그대로 확정됐다. 그는 자신을 살인자로 몰아간 언론들을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제기해 수억원의 배상금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올 3월 미국 법의 심판을 받는 처지가 됐다. LA경찰이 “미우라의 범죄를 입증할 새로운 증거를 발견했다”며 미국령 사이판을 여행 중이던 그를 체포한 것이다.

미국에는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없는 데다 캘리포니아주는 2004년 외국인에 대한 일사부재리 예외 원칙을 제정했다. 이번에는 84년 미우라의 옛 연인이 LA에서 비슷한 방법으로 살해된 사건에 대한 혐의도 추가됐다.

미우라 측 변호인단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주장하며 그의 석방을 요구했지만 미 사법당국은 미우라를 LA로 이송하도록 했다. 끝까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해 온 미우라는 LA 도착 직후 독방에서 셔츠로 목을 매 자살했다. 그의 자살에 대해선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자살을 택했다” “증거물을 확보한 미 사법 당국을 대할 자신이 없었다” 등 해석이 분분하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O J 심슨 사건=1994년 6월 미식축구 스타이자 영화배우였던 O J 심슨이 전처인 니콜 브라운과 그의 남자친구인 로널드 골드먼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사건. 당시 여론은 심슨의 유죄를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심슨은 불리한 정황에도 불구하고 초호화 변호인단을 구성, 이듬해 10월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미 언론은 이를 두고 사법당국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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