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교관 피살과 북한의 그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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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러시아 극동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우리 외교관 피살사건은 충격적이다.아직 범인과 범행동기등이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단순사건이 아니라 의도를 가진 범행이라는 점은 확실한듯 하다.
지금까지 우리 외교관에 대한 테러사건은 몇차례 있었으나 이렇게피살까지 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정부는 러시아정부와 긴밀한협조를 통해 무엇보다 먼저 정확한 사인규명과 범인색출에 총력을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특히 이 사건의 배후에 북한이 있는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현지로부터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점을 유의한다.숨진 최(崔)영사가 대북문제를 담당했고,옆구리를 독침같은 예리한 송곳으로찔린 흔적이 있는 점이나,최근 북한이 잠수함사건 을 놓고 『백배,천배로 갚아주겠다』고 엉뚱한 떼를 쓴 사실,그리고 이 지역이 북한벌목공의 탈출이 많아 북한 공작원들이 들끓고 있는 점등그 개연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만일 북한의 짓으로 드러난다면 상대국에 북한에 대한 응분의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해야 하며,특히 피해자가 외교관인만큼 빈 협약등을 근거로 유엔등 국제기구를 통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특히 중국 옌지(延吉)등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우리 주재원등에 대한 테러.납치사건들이 제대로 결말을 보지 못하고 흐지부지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다.지난 8월 기아자동차 현지훈련원장 피살사건도 범인은 물론,범행 동기.사인(死因)조차도 제대로 밝히지 못했으며,역시 이 지역에서 지난해 여름 안승운(安承運)목사가 북한에 강제 납치됐으나 해결이 안되고 있다.安목사의 경우 강제납치가 중국의 수사결과 확인된만큼 원상회복과 함께 중국정부로 하여금 북한 에 대한 외교적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해야 함에도 유야무야되고 있으니 답답하다.
최근 잠수함사건에서 보듯 더욱 거칠어가는 북한의 태도로 보아러시아.중국등 북한의 공작이 활발한 지역에서 제2,제3의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는 현지 우리 국민의 신변보호에 각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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