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책동네] 佛 드뇌브 저서에 혹평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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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61·사진)가 최근 자신의 일기를 모은 책을 출간했으나 프랑스 지식인층으로부터 조소를 당하고 있다.

『내 자신의 그늘에서(A l’ombre de moi-meme)』라는 제목의 이 책은 드뇌브가 1968년부터 99년까지 틈 날 때마다 써 놓은 메모들을 발췌해서 모은 것으로 ‘어둠 속의 댄서’ ‘인도차이나’ 등 여섯 편의 영화를 찍으면서 느낀 점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르 피가로지는 이 책에 대해 “지성이 넘치고 고상과 식견과 우아함을 가진 여배우로 알려진 그녀가 겨우 16세 소녀가 썼음직한 감상적인 글을 들고 나타났다”면서 “그녀의 글을 읽고 있자면 마릴린 먼로가 지적으로 보일 정도”라고 혹평했다. 40년의 배우 생활을 통해 드뇌브가 사적인 글을 한번도 발표하지 않았던 터라 그녀에 대해서는 다소 신비적인 면이 있었으나 이런 환상이 깨졌다는 것이다.

드뇌브는 일기 모음집을 출간한 이유에 대해 “세상 사람들이 열심히,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여배우의 내면을 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책을 펼치면 음식과 날씨, 가발이나 의상에 대한 얘기만 잔뜩 널려 있을 뿐 실망스럽게도 내면의 심리는 찾아볼 수가 없다”면서 “A급 여배우가 우리 같은 보통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한 게 수확이라면 수확”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이 책에는 프랑수아 트뤼포·라스 폰 트리에·레오 카락스 등 유명 감독들이 보낸 편지, 드뇌브가 어린 시절 자매들과 찍은 사진 등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자료들이 실려 있어 부실함을 어느 정도 상쇄하고 있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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