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실용] 부모라는 이름의 숙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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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어머니들은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신의 굉장한 특권을 나눠 가진다.’ 부모가 되는 것은 신의 영역에 버금갈 만큼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신성하게 맺어진 부모·자식 관계라고 항상 화목하고 평화로울 수는 없을 터이다. 부모는 속 썩이는 아이들 때문에 마음이 타 들어가고, 아이들은 도무지 이해해주지 않는 부모가 서운하다. 여기 두 권의 책이 있다.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 생긴 갈등과 오해를 푸는 길잡이로 훌륭한 책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 희망을 실어 나르던 ‘닭고기 수프’ 시리즈의 공동 편저자인 잭 캔필드와 마크 빅터 한센의 『엄마 힘내』는 세상 모든 어머니와 딸들의 고백서다.

엄마는 갓 태어나 비쩍 마르고 불그죽죽한 딸이 처음엔 사랑스럽지 않았다고 털어놓고, 가난 때문에 졸업 반지를 사주지 못해 “난 세상에서 가장 나쁜 엄마였다”고 미안해한다. 자신을 낳아 남의 가정에 입양시킨 엄마에게 딸은 자신을 ‘버린’ 엄마지만 “낳아주고, 입양시켜 주고, 다시 솔직하게 받아들여 준 것”을 고마워한다.

여자가 첫 아이를 낳을 때 세상에 태어나는 생명은 둘이라고 한다. “엄마가 된다는 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속 깊은 애정으로 아이를 사랑하게 되는 선물만이 아니라, 엄마는 내가 내 아기들을 사랑하는 것처럼 늘 나를 사랑했고 지금도 그렇다는 갑작스런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다.” 딸로 세상에 나온 여성이 어머니로 다시 태어난 후에야 모녀 사이의 깊은 애정과 견고한 유대감은 맥을 이어간다. 어머니와 딸이 겪는 갈등과 이해, 용서와 화해 등 복잡다단한 감정을 짤막한 이야기 에 담은 신간은 ‘닭고기 수프’ 시리즈의 하나다.

원제 역시 ‘어머니와 딸들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다. 한편『아이들의 선물』에는 아버지의 사랑이 담겨있다. 저자가 남매를 키우면서 느낀 바를 꼼꼼히 기록한 신간엔 아버지가 베푼 사랑만큼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받은 사랑이 넘친다. 아들은 달라진 생활에 한숨 짓는 부모를 “인생은 보트 같아서 파도를 타고 올라가는 때가 있는가 하면 내려가는 때도 있다”고 어른스럽게 위로하고, 어린 딸은 퇴근 후 지쳐 불평을 늘어놓는 엄마에게 “억지로 그 일을 하지 말고,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도록 해요”라며 진심어린 조언을 한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귀를 열고 대화하면서 가르친 것보다 배운 것이 더 많다며,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진리를 확인한다. 아이들을 통해 배운 지혜와 깨달음이 부모의 인생과 아이들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는 저자의 생각은 학부모들이 염두에 둘 만한 자녀교육의 지침으로 값한다. 2000년에 처음 출간된『아이들의 선물』은 남매의 청소년기와 미국 대학 입학기를 더해 증보판으로 다시 나왔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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