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필름 2選-"안개속의 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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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이미 세계영화계에서는 이름이 나 있지만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은 영화감독이 꽤 많다.그 대부분은 주로 할리우드영화 중심의 외화 수입풍토에서 흥행성이 약하다고 판단한 유럽의 예술영화감독들이다. 이번에 소개된 『안개속의 풍경』을 만든 그리스의 테오앙겔로풀로스도 유럽예술영화의 맥을 잇는 거장중 한명이다.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영화광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안개속의 풍경』은 복잡한 관념세계를 추구하는 앙겔로풀로스의 영화치고는 비교적 대중적 작품으로 꼽힌다.
영화는 어린 남매가 독일로 아버지를 찾아가기 위해 열차에 오르면서 시작되는 여정을 따라간다.이 과정에서 12세 소녀 불라는 트럭운전수에게 강간당하고 호모 청년과 첫사랑을 체험하는등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의 아픔을 겪는다.그러고나서 야 독일땅을밟게 되지만 처음부터 아버지는 없었다.
남매의 여정은 점령과 독재에 시달리면서 현대를 관통해나왔지만미래가 불투명한 그리스의 현대사와 비슷하다.비극적 역사를 통과해온 그리스의 삶의 단편들이 아름다운 영상으로 이어지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황량하고 쓸쓸한 풍경들을 아름답게 담아낸 표본같은 작품이다.동숭시네마텍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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