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머신사건 전낙원씨 수사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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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카지노 대부」 전낙원(田樂園)씨가 24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받음으로써 향후 수사방향과 사법처리 수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田씨는 93년 5월 사정정국 와중에서 카지노업계에 대한검찰의 수사설이 나돌자 돌연 출국,미국.일본.케냐등을 전전하다3년3개월만인 지난달 26일 귀국했으나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검찰 출두를 미뤄왔다.
검찰도 『田씨가 협심증과 빈맥증세등으로 건강에 심각한 이상이있다』면서 소환시기를 놓고 신중한 자세를 보이다 주치의 대동을허락하며 이날 전격 소환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수집한 자료들을 토대로 이미 드러난 혐의사실을 확인하는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田씨는 카지노 업체를 운영하면서 법인세 1백22억원을 탈세하고 1천6백만달러를 당국의 허가없이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선 검찰 수사에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田씨가 귀국직후 임성재(任聖宰)변호사를 통해 이를 시인했고 공범인 파라다이스개발 김성진(金聲鎭.63)부회장등이 대법원에서이미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간에 끈질기게 나도는 田씨의 배후세력과 자금조성 규모.방법및 사용처에 대한 의혹을 검찰이 어느정도 밝혀내느냐에 관심이 쏠려 있다.
슬롯머신사건 수사에서 드러났듯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되는 카지노 운영에 있어서도 든든한 배후가 필수적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田씨의 뒤를 봐주는 각계의 유력인사는 누구이며 田씨가비자금을 얼마나 형성,어디에 사용했는가가 의혹의 핵심이다.
검찰이 田씨의 비리를 모두 밝혀내 혐의가 확인되더라도 그가 바로 구속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그가 자수한데다 고령에 중병을앓고 있기 때문이다.검찰의 한 고위간부도 『수감생활이 힘든 사람을 구속,위험을 자초할 필요가 있느냐』며 불구 속 수사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지금까지 제기돼 왔던 갖가지 의혹들을 규명하지 못한채 드러난 탈세.외환관리법위반등의 혐의로만 田씨를 사법처리할 경우 변죽만 울린 수사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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