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여행>베토벤이 작곡한 스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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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스윙(swing)을 야구경기에서 타자의 헛손질쯤으로 짐작하고있는 사람이라면 소니 클래시컬이 느닷없이 내놓은 기발한 음반 한장을 앞에 두고 더욱 혼란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베토벤이 작곡한 스윙!』이런 식으로 타이틀을 정한 이 음반의 골자는 빅밴드 시대의 클래식 즉흥연주에 대한 「향수」다.78회전 SP음원에서 들춰낸 복각형 음반이니 음질에 대해서만큼은거의 자신할 수 없겠다.커버도 썩 훌륭한 편은 못된다.자,이 음반을 가리켜 여전히 유용한 「크로스오버」앨범이라고 불러도 좋은 것인가.
그 대답은 예스다.아티 쇼나 해리 제임스의 이름은 보이지 않지만 스스로 자처한대로 「스윙의 왕」인 베니 굿맨 오케스트라와우디 허먼.글렌 밀러등의 이름이 솔솔찮게 눈에 띈다.이만하면 재즈리듬의 정수인 스윙의 전부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당대 1급 빅밴드들이 요즘의 「댄스 열풍」만큼이나 보편적이었던클래식의 스윙화에 어떻게 적응했는지는 명백히 알아볼 수 있다.
이탈리아 민요 『오 솔레미오』,멘델스존의 『봄노래』,라벨의 『볼레로』,쇼팽의 『프렐루드』등 원전이 관현악곡이든 성악곡이든가리지 않고 편곡작업이 이뤄졌다.
당연히 그 편곡이 작곡가의 뉘앙스를 살려내는 경우도 있지만 물과 기름처럼 악상이 서로 엇갈리는 경우도 있게 마련이다.당시클래식 애호가들은 이런 엇갈림을 통박하고 있는데 작곡가의 고귀한 음악성이 더럽혀졌다며 분개를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안타깝게도 순수 재즈 추종자들 또한 이들 빅밴드의 크로스오버 작업에 대해 관대한 편은 아니었다.
이 음반에서 우리는 30년대 빅밴드에서 편곡자가 얼마나 비중있는 위치에 있었는가를 실감한다.

<음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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