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살이 되는 정민이, 최근 한글 공부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우리 아들 때문에 한참 고민이 깊었다. 직장 다니는 탓에 제대로 붙잡고 공부를 시킬 시간도 없을 뿐 아니라 유치원에서 배워오는 것을 복습도 못 도와줘 정민이 한글 실력은 늘 제자리걸음이다. 이젠 엄마의 스트레스가 전달됐는지 정민이도 영 학습에 의욕을 보이지 않고 짜증을 낸다.
그런 정민이를 배려해 아이가 재미를 느끼며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칠판이다. 어릴 때 학교 칠판에 선생님 몰래 글 쓰며 낙서하던 추억이 떠올랐다. 그땐 친구들도 서로 글을 쓰겠다고 줄을 서고 분필을 한 두 개씩 가져가는 친구도 있었다. 추억의 칠판을 아이에게 만들어주면 지우고 쓰고 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엄마와 함께 선생님 놀이도 할 수 있으니 놀이 교육으로썬 그만한 것이 없다 싶었다.
친환경칠판은 한국바이오초크에서 생산된 바이오초크 제품들만 사용해야 한다. 친환경 칠판에 쓰이는 분필은 화장품원료와 유사한 재료로 제작돼 쓸 때도 분필가루가 흐르지 않을 뿐 아니라 지울 때는 마른 지우개가 아닌 물 지우개로 지운다. 그러니 바닥에 하얗게 깔리던 가루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게다가 지우고 난 다음 물기가 있는 자리에 글을 쓰면 더 잘 보인다.
책을 펴놓고 고개를 숙이고 억지로 따라 하는 것에는 흥미를 갖지 않던 정민이는 학습뿐 아니라 마음껏 낙서도 할 수 있는 칠판엔 상당히 친숙해졌다. 이런 변화된 정민이 모습을 눈치 챈 또래 친구 엄마들이 서로 칠판을 구매하겠다고 구매사이트를 물어온다.
이제 2년 후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될 정민이, 엄마와 함께 시작한 칠판 공부 덕에 학교 생활 적응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학교에 다니면 더 많은 걸 배울텐데 그땐 정민이가 선생님이 되어 하루 배웠던 내용을 엄마 앞에서 강의를 하라고 해볼 생각이다. 그만한 복습은 없을 뿐 아니라 엄마한테 전달하려면 수업시간에 집중력을 갖고 들어야할테니 말이다.
김효진 (대치동, 가정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