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매력탐구>가수 김흥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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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제가 남들에게 희망을 준대요.「김흥국이도 하는데 왜 내가 못해」라면서 힘을 낸다나 어쩐다나.』 「코털가수」에서 「월드컵가수」로 변신에 성공한 김흥국(37)은 사진촬영을 하자는 기자에게 『근처에 2002라고 쓰인 광고판 같은 거 없나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의 이미지 메이킹은 대단하다.하지만 자신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조차 모른다.그저 좋아서 할뿐이다.89년 「호랑나비」에 이어 92년에는 「번칠이」,그리고 96년에는 「월드컵 2002」.이런 단어들은 이론의 여지없이 김흥국을 떠올리게 하는것들이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솔직함이 연예인의 제1덕목이어야 해요.신비감이 중요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말이 신비감이지 어떻게보면 가식이거든요.』 김흥국의 솔직함을 이해하기 위해선 힘들었던 그의 과거를 한번 훑어볼 필요가 있다.
1959년 왕십리로부터 그리 멀지않은 서울 벌리(현 번동)에서 2남4녀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6학년때 아버지를 잃는 아픔을 겪었다.그 뒤 홀로 남은 어머니가 가족을 책임져야했다.그는 가정형편 때문에 좋아하던 축구도 그만 뒀다.그런 상황 속에서도 고교시절 밴드부에서 두드리던 드럼은 큰 위로가 됐다.그리고 운명처럼 음악의 길로 접어들었다.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10여년의 무명시절이었다.
89년을 강타한 『호랑나비』는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놨다.
그 후로는 정신없이 달렸다.
그는 ▶『흔들흔들』『레게파티』『59년 왕십리』등 가수활동▶「90년 이탈리아」「92년 바르셀로나」「94년 미국」「96년 애틀랜타」에서의 응원단장▶『일요일 일요일 밤에』『오박사네 사람들』『주병진의 나이트쇼』『김동건의 텔레비안 나이트』 등 TV방송활동▶『BBS 백팔가요』『2시의 인기가요』『김흥국.박미선의 특급작전』등 라디오방송활동▶「연예인 해병전우회」「연예인 불자회」「회오리 연예인 축구단」등의 친목활동까지 모두 손꼽기도 힘들만큼 많이 뛰었다.
『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던건 제게서 사람냄새와 흙냄새가 나기 때문이래요』라고 말하는 그는 『절 보고 사람을 잘 웃긴다고하는데 그건 이렇습니다』라면서 자신의 「웃음 철학」을 들려준다. 『힘든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하지만 힘들다고 찌푸리면 어디해결됩니까.웃음으로 상황을 풀어야 제대로 돌아가죠.이게 제 웃음의 원천입니다.』 90년 윤태영씨를 만나 가정을 이룬지도 벌써 6년째.『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출생 중계를 했던 아들 동현(일명 번칠)이도 벌써 유치원에 다닌다.
『아이도 커가고 나이도 먹어가면서 점점 불안해집니다.그래서 예전과는 달리 CF도 자꾸 하게 되네요』라고 말한다.
요새는 고정패널로 출연하는 『김동건의 텔레비안나이트』와 라디오 프로그램인 『김흥국.박미선의 특급작전』외에는 축구관련 일을하거나 수필을 쓰면서 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올해말께 운동장과 방송가에서 자신이 겪은 이야기들을 담은 책를 한권 낼 예정이라고 한다.
『처음엔 정말 좋아서 뛰어든 모든 일들이 가끔 부담이 될 때도 있어요.하지만 제가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면 동참하지 않을수 없지요』라며 쓴웃음을 짓는 김흥국.최대의 목표가 『전세 탈출,내집 장만』이라는 말은 남을 위해 살아오면서 그가 겪었을 마음 고생을 헤아리게 한다.
글=장혜수.사진=임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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