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논쟁>드라마 '애인'을 보고-손서란 주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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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요즘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애인』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부부생활도 한순간에 파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드라마는 심성이 고운 미모의 아내와 두자녀를 두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 가정의 가장과 이벤트회사의능력있는 「커리어우먼」유부녀와의 사랑이야기다.이러한 주인공들의환경설정은 시청자에게 대리만족이라는 드라마의 속성이전에 30대중반 다수의 소시민들에겐 꿈같은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전개는 결혼초기의 이혼율이 급증하고 맞벌이 부부들의 「애인만들기」가 유행하고 있다는 요즘 그릇된 결혼관과 부부관의변화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 같아 영 못마땅하다.이 드라마가이런 흐름을 더욱 부추기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애인』은 아무래도 시청률을 의식한 방송사의 의도적인 기획이아니었나 추측된다.뻔하지만 늘 관심이 가는 인간사의 한 일탈행위를 부각시켜 시청자를 끌어보자는 속셈 말이다.남녀간의 그릇된관계를 주요테마로 설정해 시청자로 하여금 불평 을 하면서도 시청하게 만들고마는 방송사의 상혼이 엿보인다.
지금까지 불륜을 다룬 멜로드라마는 결론이 너무 빤했다.어떻게될 것이라고 예감하고 적중시키면서 드라마에 빠져들게 만든다.『애인』도 이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시청자들은 『애인』의 내용전개도 대충 미리 파악하고 있다.
다행히 이 드라마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라고 한다.둘다 가정으로돌아가는 결말은 천만다행한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겪은 각자의 아내와 남편,아이들의 고통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인가.
다만 『애인』을 바람직한 30대상 혹은 부부상의 제시로서가 아니라 「그러면 안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로 받아들인다면 소득이없는 것도 아닐 것이다.
손서란<주부.서울시중구묵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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