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침투 무장공비잔당들 라이터 켜다 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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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군의 고귀한 희생속에 공비잔당들이 하나 둘씩 소탕되고있다.
22일 오전6시40분쯤 강릉시구정면 칠성산(해발 9백54).
전날 오전 수색을 위해 헬기로 투입되던 특전사 3공수 이병희(26)중사가 공비의 총탄에 쓰러진 정상에서 5백여m쯤 떨어진 중턱 능선.
수풀속에 몸을 감춘채 밤새워 사방을 경계하던 육군 화랑부대 13연대 9중대장 이상호(李相鎬.28)대위와 조현덕(趙現悳.23)병장등 5명은 20쯤 전방에서 갑자기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고 흐트러진 자세를 가다듬었다.먹이를 찾아나선 산짐승이려니 생각하는 순간 수풀사이로 희끗한 물체가 보였다.잠시후 모습을 완전히 드러낸 것은 추리닝에 검은색 스웨터 차림의 공비.
서로 수신호로 공비를 확인한 병사들은 공비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능하면 생포하라는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비와의 거리가 10정도로 좁혀졌을때 공비가 우리병사들이 매복중인 낌새를 채리고 AK소총을 쏘면서 도주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매복병사들의 총구도 불을 뿜었고 공비를 향해 수류탄이날았다. 상황은 금방 끝났다.잠수함 함장으로 밝혀진 공비의 몸은 벌집이 되어있었다.그러나 교전과정에서 강정영(姜正英.21)상병도 아까운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에 앞서 21일 오후9시쯤 칠성산 8부능선 수풀속.
4일째 이곳에서 야간매복을 하고있는 육군 노도부대원들은 이날따라 특별한 긴장감을 느끼며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李중사를 쏘고 넘어온 공비 2명이 이날 오후 산밑에서 다시 아군에 발견되자 정상쪽으로 도주,언제 눈앞에 나타날지 몰랐기 때문이다.
공비들은 이날 오후8시쯤 산아래 방터골 근처에서 라이터를 켜다 우리 경계병의 야간투시경에 포착돼 수색대가 자수권유방송을 했으나 정상쪽으로 달아났었다.
침넘기는 소리조차 야간의 정적을 깨뜨릴 것같은 긴장속에 야간투시경으로 전방을 주시하던 노도부대원들의 시야에 갑자기 뭔가 움직이는 물체 2개가 들어왔다.산밑쪽을 주시하던 송관종(宋寬鍾.21)일병은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방아쇠에 건 손가락에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사격지시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드르륵….』 군복차림과 사복의 공비복장이 확인되는 순간 분대장의 사격을 신호로 분대원들의 총구는 일제히 불을 뿜기 시작했다.『탕 탕 탕….』 공비들도 응사하며 재빠르게 도주하기 시작했다.공비들이 던진 수류탄이 부대원들을 향해 날아왔으나 다행히 불발이었다.
노도부대원들은 조명지뢰와 조명탄으로 사방을 밝히고 정상쪽으로달아나는 공비들을 뒤쫓으며 집중사격을 가했다.공비들의 사격이 중단된뒤 노도부대원들은 공비 2명중 1명을 사살한 전과를 확인했다. 그러나 宋일병도 공비의 총탄에 맞아 숨져 있었다.
강릉=김현승.강갑생. 양지열.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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