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영관급 첩보장교-무장공비 침투 관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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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잠수함에 관한한 우리 군의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잠수함을 보유한 경험이 수년밖에 안되는 현실에서 어쩔수 없는일이다. 동해안 침투 무장공비들이 타고온 「상어급 잠수함」에 대해 이번 사태발생전까지는 제원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우리 군에서 잠수함 관련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베테랑급 첩보요원인 영관장교 L씨를 통해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의문점을 풀어본다. -북한 잠수함의 좌초 원인은.
『침투장비나 행적등으로 미루어 애초부터 기관고장에 의한 표류는 아니었다.침투작전때 신속한 퇴로를 위해 선미(船尾)를 연안쪽으로 향하고 역추진해 들어오다 암초에 부딪쳐 좌초한 것으로 판단된다.』 -침투목적은 무엇이라고 판단되는가.
『통상적인 첩보수집과 정찰활동에는 군사시설과 동향파악이 반드시 포함된다.그러나 이번 공비침투는 강릉비행장 수준이 아닌 매우 특수한 목적을 띤게 분명하다.일반정탐이라면 사진이나 스케치그림등이 발견돼야 하지만 전무하다.집단자살등으로 미루어 주요인물 암살이나 시설파괴등 상당히 중요한 임무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사망공비도 근육조직검사를 해보면 누가 승조원이고 특수훈련을 받은 공작원인지 쉽게 판별할 수 있다.』 -잠수함이 갖는 전술.전략적 의미는.
『잠수함 작전의 기밀성 때문에 평시 근접 첩보수집과 전쟁임박때 연안지역 정황파악에 활용된다.전사(戰史)를 살펴보면 알 수있지만 선전포고 시기에는 이미 잠수함이 적진(敵陣) 깊숙이 들어가 활동중이다.이번 침투사건은 유사시 잠수함을 통한 기뢰부설등으로 우리 해안과 동해 함대사령부등 해군부대시설의 완전한 봉쇄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광수등 무장공비가 원산항을 출발해 만 하루 남짓한 시간에 강릉연안에 도착했다는데.
『믿기 어렵다.잠수함은 해상선박과 달리 해저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데 그렇게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잠수함작전은 기밀이 보장되는 대신 기동성이 제한되는 난점이 있다.잠수함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같은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 -잠수함의 사전 탐지는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가.
『해저에 있는 잠수함을 지상레이더로 탐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대잠(對潛)초계기 P-3C나 해군함등으로가능하다지만 이 역시 백사장에서 바늘찾기 식이다.특수전파를 이용해 잠수함 선체를 탐지하지만 넓은 바다에서 전파 로 이를 파악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에 노획된 상어급 잠수함에 대한 우리측의 정보는.
『전무하다.북한이 같은 형의 잠수함 10척을 보유하고 있고,선체가 처음으로 입수된 만큼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리라고 본다.
』 -이번 사태에 대한 우리 정부나 군의 대응은.
『잠수함에 대한 정보축적이나 전문가가 너무 부족하다.북한측의과감한 해안접근으로 미루어 상당기간에 걸친 침투경험이 축적된 것으로 보인다.또 이를 바탕으로 이미 상세한 잠수함용 해로도(海路圖)가 마련돼 있다고 봐야 한다.무장공비의 출 몰이나 소탕문제는 유사시 잠수함 작전이 갖는 안보적 의미에 비한다면 상대적으로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차분한 대응과 재발방지책이 필요하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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