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이 더 편한 ‘가을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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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차라리 포스트시즌이 편해요.”

삼성의 3회초 공격. 삼성 2루 주자 박한이(右) 가 박석민의 좌전안타 때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박한이는 6타수4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2타점, 3득점을 기록, 삼성 승리의 1등 공신이 됐다. [부산=뉴시스]

‘가을잔치’의 시작인 준플레이오프 1차전(롯데-삼성)이 열린 8일 부산 사직구장. 단기전 승부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법도 했지만 경기 전 만난 박한이(29·삼성)의 표정은 평온했다.

“팀이 1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선다. 개인적으로는 입단(2001년) 후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차라리 정규시즌보다 걱정할 게 없다. 타율·홈런 이런 개인 기록과 상관없이 팀에 점수를 만드는 경기를 하면 된다. 목표가 한 개면 그만큼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 아닌가”라는 게 그의 ‘포스트시즌론(論)’이었다.

열광적인 부산 팬들의 응원에 대해서도 “내가 원래 부산 출신 아닌가. 익숙하다. 오히려 관중이 만든 분위기에 흥이 난다”며 여유롭게 받아들였다. 박한이는 1979년 부산에서 태어나 초량초교에서 야구를 시작해 부산중-부산고로 진학했다.

호기가 아니었다. 박한이는 ‘만점 톱타자’의 역할을 해내며 팀에 1차전 승리를 선사했다. 1회 초 선두 타자로 나서 중전안타로 출루했다. 하지만 진갑용의 안타 때 홈을 파고들다 롯데 우익수 가르시아의 송구에 막혀 횡사했다. 아픔은 잠시였다. 박한이는 0-1로 뒤진 3회 선두 타자로 나서 중월 2루타로 대량 득점의 포문을 열었고, 박석민의 안타 때 홈을 밟았다. 타자 일순해 3회 2사 만루 기회에서는 2타점 적시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그는 이날 6타수 4안타·2타점·3득점을 기록했다.

박한이는 지난해 0.267의 타율로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선동열 삼성 감독은 “박한이를 트레이드할 수 있다”고 자극했다. 박한이는 스프링캠프에서 절치부심한 끝에 올해 3할 타율(0.316)에 복귀했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자신한다”던 선 감독이 가장 큰 기대를 거는 선수를 꼽을 때 박한이는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부산=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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