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 달라진 중국·홍콩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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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국내 중국 펀드들이 대거 투자한 홍콩 H지수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8일 홍콩 주식시장에서 H지수는 전날보다 8.61% 하락한 7692.16을 기록했다. 같은 홍콩 시장의 대표지수인 항셍지수(-5.74%)나 미국의 다우 지수(-5.11%)보다 훨씬 낙폭이 컸다. 지난달 11일 1만 선이 깨진 이후 한 달도 안 돼 8000선 아래로 밀렸다.

반면 올 들어 세계 최대 하락률을 기록해 온 중국 본토 증시는 지난달부터 상대적으로 괜찮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3% 가까이 빠졌지만 9월 이후 주가는 11.25% 하락하는 데 그쳤다. 34%나 빠진 홍콩 H지수에 비해 낙폭이 훨씬 작았다. 일각에선 홍콩 증시와 중국 본토 증시가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 증시는 지난해 10월 고점을 찍은 후 가파른 내리막 길을 걸어왔다. 겉보기에는 비슷한 모습이지만 따져보면 하락의 이유가 다르다. 중국 본토 증시는 수급이 가장 큰 문제였다. 공기업이나 국가가 보유한 비유통주가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란 불안감이 컸다. 여기에 물가 불안을 잡기 위해 정부가 긴축정책을 쓰자 주가가 폭락했다.

반면 홍콩 증시는 중국 자본의 유입 기대가 물거품 되면서 하락했다. 지난해까지 중국 정부는 주가 과열을 막기 위해 본토 투자자들이 홍콩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엄청난 돈이 들어올 것이란 기대에 홍콩 증시는 폭등했었다. 게다가 홍콩 H지수는 금융주 비중이 높다. 최근 들어 미국 금융시장 경색의 여파를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주가 부양 노력을 기울이자 두 증시의 행로가 갈리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올림픽이 열리던 8월 주가가 급락하자 연이어 주가 부양책을 쏟아냈다. 거래세를 폐지하고 자사주 매입 규제를 푼 데 이어 최근에는 유동성을 늘리기 위해 신용거래와 공매도까지 허용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 때문에 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하는 와중에도 중국 증시는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홍콩 증시는 시장의 흐름에 따라 하락장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게다가 중국 경제가 둔화되는 영향도 함께 받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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