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전문 기자의 Health & Study] 나쁜 자세는 집중력 저하·만성피로의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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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고 공부만을 강요한다면 그것이 학대가 아니고 무엇일까. 요즘 청소년을 보면 안쓰러움을 넘어 이런 생각이 든다.

모 외국어고등학교에 강의를 나간 적이 있다. 주제는 ‘두뇌 건강’이었는데 느닷없이 ‘자세’ 쪽으로 바뀌었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구부정한 자세가 답답해 보였기 때문이다.

한 학생을 불러 똑바로 서 보라고 했다. 하지만 애써 바른 자세를 취하려고 해도 목은 거북이처럼 앞으로 나왔고, 등은 펴지지 않았으며, 어깨 좌우 대칭도 틀어져 있었다. 심각한 1자목에 척추측만증이 의심됐다. 학생은 만성피로와 요통을 호소했지만 부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선지 한 번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고 했다.

자세는 모든 건강의 주춧돌이다. C자형의 목, S라인의 척추와 좌우 균형 잡힌 몸은 건강의 지표다.

자세를 이렇게 건강의 주요 항목에 넣는 것은 우리가 직립원인이기 때문이다. 인체를 떠받드는 기둥은 척추(등뼈)다. 위로는 경추(목뼈)와 연결돼 무거운 머리를 지탱하고, 아래로는 몸의 무게를 두 다리로 전달한다. 척추에는 농구대 바스켓처럼 갈비뼈가 매달려 있다. 척추는 기둥 역할도 하지만 인체 통신망이라고 하는 신경의 주요 통로다. 신경다발은 이곳을 통과해 인체 모든 부위로 가지를 뻗어나간다. 이 정도 설명하면 대충 자세가 어떤 증상과 질환을 몰고 올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1자목(거북목이라고도 함)을 보자. 머리를 거북처럼 앞으로 빼고 있으면 머리 무게를 고스란히 경추 뒤쪽 근육이 부담해야 한다. 그 결과 뒷목과 어깨 근육이 경직된다. 근육 속의 미세혈관은 물론 머리로 올라가는 동맥이 압박을 받아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한다. 당연히 머리가 맑지 못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만성피로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반면 바른 자세에선 머리 무게가 양 어깨에서 분산된다. 세숫대야에 물을 담아 앞으로 들고 있는 것과 머리에 이고 있는 것의 차이다.

다음 부작용은 척추의 변형이다. 목뼈가 바르지 않으면 몸이 균형을 찾기 위해 척추의 모양이 바뀐다. 이른바 보상작용이다. 이는 블록쌓기를 해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장기적으로 추간판탈출증, 척추 측만증, 퇴행성 척추관 협착증이 빨리 올 수밖에 없다.

나쁜 자세는 청소년이 관심을 갖는 다이어트에도 부정적이다. 등과 어깨를 편 자세에선 하루 열량 소모가 1800㎉에 이르지만 구부정한 자세로는 불과 1390㎉ 정도의 열량만 쓴다. 가뜩이나 운동 부족으로 남는 열량은 비만으로 연결된다.

소화기능을 비롯해 심장·폐 등 인체 기능도 떨어진다. 등이 굽으면서 장기를 감싸고 있는 갈비뼈를 누르고, 그 결과 위·간·폐·심장 등 모든 장기가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몸의 변형은 성장 후 몸매에 신경을 쓸 나이가 되면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 요즘 젊은 세대는 얼굴보다 S라인을 따질 정도로 몸매에 신경을 쓴다. 나쁜 자세로는 결코 건강은 물론 몸맵시를 되살릴 수 없다. (다음은 바른 자세와 측정법)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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