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街地마다 현수막.벽보 물결-오늘 總選 보스니아 현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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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보스니아선거를 이틀 앞둔 12일(현지시간) 오후 기자는 아직일부지역에서 총성이 계속 들리고 있는 비하치를 거쳐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에 도착했다.시가지로 들어서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거리에는 각 정당의 현수막과 홍보벽보가 홍수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3년8개월동안 끌어온 전쟁을 종결짓고 민족의 운명을 결정짓는 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하기에는 주민들의 표정이 의외로차분했다.
시내 중심부 티토가(街)로 접어들자 선거홍보물을 붙이고 다니는 차량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한결같이 회교계 보스니아민주행동당(SDA)의 녹색선전물 뿐이었다.시내 다른 곳을 둘러봐도 녹색물결 일색이었다.SDA 지지차량들은 경적을 울리며 녹색깃발을 흔들어댔다.
회교계의 수도인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계나 크로아티아계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게 당연하지만 수많은 회교계 정당중에서 왜 유독 SDA인가.
『세르비아계와의 전쟁에서 이웃들이 무참히 죽어갔는데 다른 민족과 화합을 주장하는 정당을 지지할 수 있습니까.회교계의 단결을 주장하는 SDA를 지지하는 것이 당연하지요.』 전쟁중 동생을 잃고 본인도 팔.다리에 총상을 입었다는 회교계 발리치 세나트의 말이다.
선거운동 마지막날 SDA는 시내 코세보스타디움에서 마지막 대규모 선거유세를 벌였다.
5만여명의 지지자들이 유세장을 가득 메우고 『알리야,알리야』『알라신은 위대하다』고 연호하는 가운데 알리야 이제트베고비치 보스니아 현대통령이 입장했다.
『모든 이들이 원하는 보스니아를 건설합시다.SDA는 일체의 극단을 배제하고 통일된 국가를 이룰 것입니다.』 이제트베고비치의 연설이 이어지자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사라예보에서 국경을 넘어 자동차로 세르비아계의 스르프스카공화국 팔레에 도착하자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혀 세르비아계 정당인 세르비아민주당(SDS)일색이었다.
『신은 이곳에 세르비아계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우리를 선택했습니다.우리는 그 나라를 세웠으며 14일 그것을 지켜내야 합니다.』연단에 오른 빌랴나 플라브시치는 세르비아계의 단결을 호소했다. 뒤이어 캐나다 출신 정교회 수녀 안젤리나가 등장해 『성스러운 세르비아에 대한 진실을 왜곡해온 모든 정치가와 언론인들에게 저주를 보낸다』며 신랄한 비난을 퍼부었다.
사라예보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관계자는 『물론 다소간의 충돌이 있기는 했지만 아직 큰 문제는 없으며 선거는 예정대로 잘 치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서방이 「힘으로 갈라놓은」 회교-크로아티아계와세르비아계간의 적대감과 갈등을 선거라는 제도화된 질서속에 담아내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과제가 남아있는 것으로 보였다.
사라예보=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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