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창궐하는 에이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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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에이즈가 우리나라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세계보건기구(WHO)서태평양지역 사무처는 얼마전 96년 6월말 현재 한국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감염자수를 2천명으로 추산해 발표했다.
이는 정부발표 5백70명의 4배 가까운 숫자다.문 제는 추정숫자에 있지 않다.그 대응방법에 있다.
지난 85년 첫 외국인 에이즈환자가 발견되면서 정부는 에이즈를 외국에서 들어오는 「유입전염병」으로 인식했다.본래 혈액의 안전보장을 위해 개발된 HIV항체검사법을 외국인 상대 특수업태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86년에 3명의 감염자 가 확인됐다. 87년부터는 관리되고 있는 특수업태부 전원에게 강제검사를 실시했다.이와같이 고위험군중 접근이 용이한 대상의 검사를 통해「색출」,관리하면 초기단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는 보았다.그래서 검사위주 정책이 정부의 에이즈관리대 책의 기조를이루게 됐다.96년도 정부 에이즈예산의 53%인 10억6천만원이 검진비용이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87년부터 94년까지 실시한 위생업소 종사자등에 대한 강제검사중 감염자 발견비율은 4만9천9백15명당 1명꼴이다.반면 같은 지역에서 95년 본인의 희망에 의해 검진받은 경우의 감염자 발견비율은 1천4백85명당 1 명꼴이다.강제 검사와 자발적 검사에 약 33배의 감염자 발견차이가 난다는사실은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강제의무검사의 비효율과 예산낭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해서 발견된 감염자를 당국이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 하는 실상을 국민들이 안다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우리 나라에서는 에이즈환자의 90%가량이 감염자와의 성접촉으로 전파되고있다.그런데 지금 당국에서 하고 있는 감염자관리 는 월1회 상담과 6개월마다의 검사,그리고 진료비 지원등이다.
한달에 한번의 상담을 통해 감염자의 성생활을 통제.관리할 수있을까.한마디로 불가능하다.감염자는 극도의 사회적 차별과 냉대로 인해 관리 자체를 기피하고 있다.담당공무원의 고충과 애로 또한 상당하다.현행 감염자관리제도도 유명무실하며 허구에 가깝다. 에이즈는 예방이 최선인데 우리 정부의 예방홍보비는 검진비의절반도 안되는 실정이다.민간차원의 운동을 위한 자생기구인 한국에이즈연맹에서 지금까지 46만여명의 대(對)국민 에이즈예방홍보교육을 실시했고 각종 전시회,사회봉사대학생 캠페인 .상담.연구조사등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나 기부금 모금이 저조해 필요한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에이즈 대응은 오히려 용이한 점이 많다.외국의 시행착오에서 타산지석의 교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에이즈 감염자관리는 우선 정부관리 감염자를 대상으로 한 솔직한 실태조사부터 해야 한다.그리고 고충을 솔직히 공개하고 국민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검사제도는 현재 과중한 재정부담을 안고 있는 강제검사를 줄이고 완전익명검사를 실시하되 유료화(有料化)하면 된다.신원파악을 하지 않고 비밀보장을 확실히 해준다면 감염위험이 있다고 생각할 때 검사비가 없어 안 받지는 않을 것이다.그러 면 정부예산중 검진비가 대폭 줄게될 것이며,그 돈으로 예방홍보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에이즈는 귀중한 생명상실은 물론 가정파탄.사회혼란.경제손실은물론 인구격감으로 안보에 위협까지 준다.에이즈는 가장 은밀한 개인의 성생활을 통해 지금도 확산되고 있다.에이즈를 차단하고 예방하는 길은 주로 개인의 성생활을 개선하는 것 이다.정부와 민간기구는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지원과 격려를 해주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에이즈는 예방이 특효약이다.AIDS를 아!(A) 이제(I) 다(D) 살았다(S)고 부른다.그러니 아!(A) 이제(Ⅰ) 다시(D) 생각하자(S),더 나아가 아!(A) 이제(I) 다시(D) 순결하자(S)로 바꾸는 운동이 필요하다.
權寬祐 에이즈연맹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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