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업체 포털광고 해킹 … 순위 밀어낸 꽃배달업자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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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인터넷 꽃배달 업체를 운영하는 정모(44)씨는 꽃배달 수요가 몰리는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 등을 전후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다른 경쟁업체들의 웹사이트를 접속했다. 악성 프로그램을 이용해 ‘스폰서 링크’ 상위에 게시된 업체들을 자동 클릭하는 방식이었다.

정씨가 접속한 업체들은 클릭 수가 올라갔다. 하지만 고객이 아닌 경쟁업자가 클릭한 것이므로 매출은 늘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클릭수에 따라 미리 포털에 지급한 광고비만 차감됐다. 광고비가 소진된 업체들은 화면에서 사라졌다. 대신 정씨의 업체 등 다른 차순위 꽃배달 업체들이 상위에 게시됐다. 업체들은 포털에 클릭 한 건당 1000∼수천원씩을 주고 이른바 ‘스폰서 링크’ 상위에 올리는 광고비 계약을 한다. 클릭 한 건당 1000원씩, 총 1000만원짜리 스폰서 계약을 한 경우 1만 건을 클릭하면 광고비가 소진되는 셈이다.

서울 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부장검사 구본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정씨를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정씨는 2006년부터 올해 5월까지 자신의 업체보다 상위에 나타나는 100여 개의 경쟁업체를 무더기로 클릭해 광고비를 소진하게 한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다른 꽃배달 업체 4곳으로부터 1개월에 200만원을 받고 경쟁업체들의 사이트를 부정 클릭하기도 했다. 올해 3월부터 4월 사이에는 이들 업체와 함께 500만원을 모아 인터넷 광고대행사에 부정 클릭을 의뢰했다.

정씨는 또 경쟁업체의 웹사이트에 ‘분산 반사 서비스 거부(DDoS)’공격을 하도록 의뢰하기도 했다. 악성 프로그램을 심어 다른 사람들의 컴퓨터를 원격 해커의 명령에 따라 제어되는 이른바 ‘좀비 컴퓨터’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대량의 신호나 데이터를 동시에 보내 경쟁업체의 홈페이지를 마비시키려 한 것이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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