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南部위한 납세 신물-이탈리아북부 분리독립 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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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올해로 통일 1백26년을 맞은 이탈리아가 분리독립 운동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운동의 진원지는 피렌체 이북의 밀라노.베네치아.볼로냐등 대도시가 운집한 북부지역.극심한 정정불안과 비효율적인 정부기구에다최고 소득세율 75%의 중과세등에 염증을 낸 이 지역 상공인들과 이에 편승한 정치인들이 주축을 이룬다.
이 운동을 주도하는 단체는 이탈리아 최대 정당인「북부동맹」.
당수 움베르토 보시(55)는 『북부는 생산하고 남부는 소비한다』고 늘상 외친다.『가난하고 게으른 남부지방을 위해 무거운 짐(세금)을 나눠 지는데 신물이 났다』고 동조자들은 입을 모은다.북부동맹은 이미 수도를 만토바로 정하고 「파다니아」라는 국호까지 정해놨다.지난 6월10일 15명의 예비 각료를 구성한데 이어 유엔에 자결권 승인을 신청했고 오는15일에는 포강(江)유역에서 수십만명이 모여 독립을 천명하 는 「정치쇼」까지 벌일 예정이다.
「부자들의 사악한 지역이기주의」라는 비판이 강하지만 북부동맹의 주장에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제조업 기반이 든든해 이탈리아 전체인구의 45%가 모여 살고 국내총생산(GDP)의 55%를 창출하는 북부지역은 국세(國稅)의 절반이상(5 3%)을 부담한다.반면 주로 농업지대인 남부는 35%의 인구가 살고 있지만 GDP와 국세에는 각각 24%,11%밖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무임승차」가 아니냐는 불만이다.북부의 실업률은 5~6%인데 반해 남부는 잠재실업까지 포함해 20~30%나 된다.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위크등 많은 외국언론들은 이러한 움직임에사뭇 냉소적이다.선진7개국(G7)일원이며 GDP 세계5위(1조8백억달러)를 자랑하는 선진부국이 쉽사리 둘로 쪼개질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다.
하지만 분리독립운동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10년전보다 그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북부지역 유권자의 24%가 북부동맹을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지방의회에서도 지지자가 늘고 있어 이탈리아 현정부에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주고 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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