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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유학 오는 문 더 넓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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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캐나다에서 어학연수를 하려면 학비와 생활비까지 1년에 약 2000만원이 든다. 그리고 정식 대학.대학원 등의 학비는 훨씬 비싸다. 현재 캐나다에 유학하고 있는 한국 학생은 5만명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유학생이 캐나다에 1년에 퍼붓는 돈은 최소 1조원이다. 미국 동부 대학에 진학하려면 생활비까지 포함, 연간 한명당 1억원이 든다고 한다. 동반 가족이 있을 경우 그들의 생활비까지 든다. 이 비용은 모두 유학생을 받는 나라의 부수입이다. 우리나라가 해외 유학 때문에 외국에 보내는 돈은 가히 짐작할 만하다.

이미 미국.호주.캐나다.영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유학생 수입이 국가의 주요 자원으로 자리잡았다. 중국도 최근에는 유학생을 통해 짭짤하게 외화를 벌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3만개에 달하는 유학원을 통해 학생을 내보내는 데만 힘써왔다.

대개 유학생은 현지에서 제한된 노동허가를 받는다. 유학생은 모자라는 생활비를 벌고 유학생을 받는 나라는 손쉽게 이들의 노동력을 이용한다. 그들은 모두 젊고, 능률적이며, 노동조합에도 가입하지 않는 비정규직.비숙련 노동력이다. 외국 유학생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다양성과 새로운 아이디어는 여러 면으로 유학생을 받는 나라에 영향을 줘 그 나라를 풍요롭게 한다. 귀국 후에는 유학한 나라에서 배운 기술을 본국에 퍼뜨려 그 나라 상품이 진출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

유학생이 내는 학비는 그 나라 교육에 재투자돼 더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좋은 교수진을 구성할 수 있게 한다. 유학생에게 필요한 교과 과정도 많이 개발돼 유학생을 받는 국가 교육의 국제적 저력이 강해진다.

그리고 유학생이 공부하는 동안 그들과 친분을 맺은 현지인, 같은 분야의 전문인들은 그들이 귀국한 뒤 유학생 모국과 우호적이고 효율적인 국제 교역망을 구축한다. 만약 유학생이 유학한 나라에서 영주할 경우 그 이득은 최고에 달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본국의 돈으로 유학한 국가의 교육을 발전시키면서 그 나라가 필요로 하는 일꾼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혹시 외국 유학생 정책을 통해 교육계의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 유학생 문제를 보자. 지금까지 중국에서 한국 학생비자를 받으려면 유학 수속 대행업자에게 엄청난 돈을 줘야 했다. 그래서 다른 비자로 못 들어오는 불법체류 예정자들이 이런 방법으로라도 한국에 온다. 그리고 정작 우수한 학생은 미국.유럽.일본으로 유학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외국 유학생 하면 우리나라에 득이 되는 사람들로 우대하는 것보다 곱지 않게 보면서 감시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교육부와 법무부는 최근 불법 취업.체류를 목적으로 유학생 비자를 받아 입국하는 대로 자취를 감추는 가짜 외국 유학생들을 관리하기 위해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했다.

그러나 유학생 정책을 단지 불법체류자와 관련해서만 생각하고 소극적 정책을 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유학생 정책을 외화 획득, 교육 발전, 노동시장 유연화, 세계시장 진출, 지역사회의 문화적 다양화, 해외 인력 확보, 그리고 성공적 세계화로 가는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해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선진국들이 실행하고 있는 유학생 정책을 잘 관찰해 황금어장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박화서 명지대 산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