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땐 현금이 최고’ … 투자 취소하고 자산 팔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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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퍼지고 있는 금융위기로 투자 계획을 취소하거나 서둘러 자산을 팔려는 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금처럼 세계 경제가 불확실하고 금융시장을 통한 자본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에선 이 같은 방법으로 현금을 확보해 두는 게 최선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대우부품은 이달 초 1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트라이비전디스플레이와 엔에스에이치의 지분을 취득하려던 계획을 취소한다고 5일 발표했다. 대우부품 관계자는 “금융위기를 맞아 외형 확대를 자제하고 신규 사업보다 기존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작기계 업체 스페코는 올 8월 미국 베어리드 컴퍼니 및 샌드스톤 홀딩스와 풍력 윈드타워 공장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공장 인수를 포기했다. 회사 관계자는 “ 불투명한 경제 환경 때문에 공장을 인수한 뒤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돼 본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C&중공업도 계열사인 신우조선해양 보유 지분 28.67%를 모두 팔기로 했다. 이 회사는 또 계열사인 C&우방랜드와 C&우방·C&한강랜드·C&조선해양의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다. 김현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 불안으로 글로벌 자본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현금 흐름에 특별히 문제가 없는 기업들까지 미리 대비하는 차원에서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미 수출이 12%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대미 수출 제조업체 300여 개를 대상으로 조사해 5일 발표한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대미 수출 기업의 절반 이상(51.5%)이 미국의 금융위기로 수출 감소를 예상했다. 기업들은 특히 섬유·의류(13.8%)와 화학제품(12.5%)·기계(12.3%) 분야에서 수출 감소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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