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 고통 더 심각해져 생계형 자살은 사회적 타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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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한변호사협회는 5일 '2003년 인권보고서'를 내고 300만명이 넘는 빈곤층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서 자살 등 극단적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법기관.정부 부처가 법적인 절차를 무시해 인권 침해가 잦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 독립, 국가정보원의 정치 불개입, 여성 지위 향상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빈곤층 더욱 어려워져"=변협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형성된 빈곤층이 지난해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더 고통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빈곤층이 늘고 빈부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데도 정부의 생계 보조를 받는 기초보장 수급자가 2000년 10월 149만명에서 2003년 3월 134만6000명으로 줄어든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소득이 최저 생계비에 못 미치는 빈곤 가구가 전 인구의 11.1%인데도 기초보장 수급자가 2.8%에 불과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변협은 또 1년 이상 직업을 갖지 못한 장기 실직자가 98년 13만명에서 지난해 13만4000명으로 증가한 것은 신용불량자.청년 실업자가 대거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지난해 발생한 일련의 생계형 자살 사건은 일종의 '사회적 타살'이며, 빈곤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인권 경시=부안 핵폐기물 관리시설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을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은 정부가 인권을 소홀히 하고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체포영장 없이 긴급체포한 피의자 중 40%가 수사 과정에서 풀려난 것은 긴급체포 제도의 남용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또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을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변협은 정부가 교도소 등 교정시설의 인권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히고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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