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11월17일 동경서 '90년代 한국미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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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9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현주소는 무엇인가」-.
지난해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일본 미술계에는 이같은 명제에 대한 해답찾기가 한창이다.
서구미술을 뒤쫓는데만 급급했던 일본미술.이제는 벽에 부닥친 일본미술에 강한 에너지를 지닌 한국 현대미술이 그 탈출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전역에서 열렸던 한국 현대미술 전시회가 대부분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지명도 있는 작가들 중심으로 열렸던 것과 달리 완전히 일본 시각에서 바라본 한국 현대미술전이 펼쳐진다.
바로 25일부터 11월17일까지 도쿄(東京)국립근대미술관에서열리는 「90년대의 한국미술전」이 그것.
이 전시는 붐을 타고 마련된 전시가 아니라 4년전부터 국립현대미술관과의 긴밀한 협조끝에 이뤄졌다.
본격적인 한.일교류 무대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작가의 교환전을 원칙으로 전시를 추진한 것이다.
한국 큐레이터가 한국작가를 선정하고 일본 큐레이터가 일본작가를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 일본의 시각에서 한국작가를 뽑는 형식으로 작가선정 작업이 이뤄졌다.작가선정과 주제선정은 모두 상대 국가에 전적으로 맡겨졌다.
이렇게 선정된 작가는 배병우.정광호.제여란.김호득.김홍주.김종학.김명숙.김수자.이영배.엄정순.박인철.우순옥.유명균.윤석남씨등 모두 14명으로 대부분 30~40대의 젊은 작가들이다.이가운데 김수자.윤석남씨등 여섯사람이 설치작업을 보 여준다.
도쿄국립근대미술관 큐레이터인 나카바야시 가즈오.지바 시게오.
이치카와 마사노리등 세사람이 1년전부터 수시로 한국을 방문해 서울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직접 발로 찾은 결과다.때문에 배병우.김수자처럼 서울과 도쿄 모두 에서 이름이알려진 작가도 있지만 서울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지방작가도 몇몇 포함돼 있다.「한국현대미술」이라고 하면 대표선수처럼 항상거론되는 작가들 외에 참신한 젊은 작가들이 많이 포함돼 있는 것. 60~70년대 일본에 소개됐던 백색 모노크롬과 앵포르멜을이어가는 작가도 있고 이와는 달리 외국에서 공부해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보이는 작가도 있다.
또 한국성을 강하게 풍기는가 하면 여성의 문제를 거론하는 작가도 있는등 현재 진행되는 다양한 한국현대미술을 보여주고 있다. 내년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릴 일본 현대작가 전시를 기획중인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 최은주씨는 『자극이 적은 지나치게 안정된 사회를 살아가기 때문에 일본작가들이 다루는 작품주제가 한정돼 있다』며 『거칠긴 해도 힘의 분출을 느낄 수 있는 격렬한 한국미술이 일본 미술계에 활력소가 될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국립근대미술관은 68년 『현대 한국회화전』을 연 적이 있다.일본내에 한국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첫번째 전시로 기록되는 이 전시에 이어 한 세대가 지난 28년만에 다시 소개되는 한국현대미술에 대한 일본인의 반응은 무엇인지 관심을 모은다.
도쿄 전시에 이어 12월5일부터 97년1월까지 오사카 현대미술관에서 순회전을 갖는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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