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Now] 베이징 대기오염 다시 악화 “스모그로 눈·목 따가울 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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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 베이징(北京)의 중산층 주민 자오(趙)는 국경절(國慶節:건국기념일) 다음날인 2일 아침 가족과 외출하려다 포기했다. 며칠 전부터 나빠지기 시작한 하늘이 이날은 오전부터 아예 뿌옇게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자오는 “안개와 매연이 결합된 스모그가 극심해 눈과 목이 따가울 정도였다”며 “어른조차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니 아이에게는 더 해로울 것 같아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특단의 조치들을 취하면서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전례없이 맑고 깨끗했던 베이징 하늘이 최근 들어 다시 악화되고 있다. 일부 지역의 가시거리가 1㎞ 미만으로 줄면서 베이징과 외곽 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들이 부분적으로 폐쇄되기도 했다.

베이징시 환경보호관측센터가 2일 발표한 대기오염지수에서도 그대로 확인됐다. 이 센터는 “베이징 올림픽과 장애인 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30일 베이징의 대기오염지수가 106을 기록해 기준치(100)를 넘었고, 이달 1일과 2일에도 각각 104와 126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속 3일 대기오염이 발생한 것이다.

환경보호관측센터는 “올림픽 기간에 취했던 임시 대기환경 보호 조치들이 해제되고, 공사장에서 공사가 재개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시정부는 7월 중순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2개월간 승용차 홀짝제를 강제 실시했으나 지난달 21일 중단했다.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최근에는 가능한 인공강우와 인공소우(消雨)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먼지 발생을 막기 위해 올림픽 기간 전면 중지시켰던 대규모 공사가 최근 재개돼 베이징은 다시 거대한 공사판으로 변하고 있다.

대기 상황이 빠르게 악화되자 베이징 시 당국은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다각도로 대책 수립을 하고 있다. 통행량을 줄이기 위해 1일부터 시정부 차량의 30%를 운행 중지시켰다. 11일부터는 모든 승용차가 주중(월∼금)에 차량 번호판 숫자에 따라 한 번씩 운행을 중단하는 5부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대기오염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황색 표지 차량’은 내년 1월 1일부터 베이징의 제5순환도로 안쪽에서 운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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