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여파로 영남 생산현장에 찬 바람 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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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구시달서구본리동 J섬유 이인호(42)사장은 요즈음 하루하루를 지내는 것이 고통스럽다.지난달 밀린 사원 월급과 다가오는 추석에 줄 상여금을 마련할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직원 6명과함께 직접 폴리에스테르 직물을 짜 납품하는 李사 장은 납품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1천2백만원의 임금.상여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성서공단의 또다른 섬유업체 S사는 20명이던 직원을 최근 절반으로 줄였다.수주물량이 계속 줄어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영남 생산현장에 찬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한때 인력난에 허덕이던 중소기업들이 대대적인 감원에 나서는가 하면 추석을 앞두고 선물은 커녕 임금조차 주지 못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대구지방노동청 집계에 따르면 8월말 현재 체불임금은 57개 업체에 1백4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업체수는 11.8%,액수는 28.5% 증가했다.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근로자수는 지난해같은 시기보다 48%나 증가한 5천6백18명에 이르고 있다.사정이 이렇다보니 추석도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
대구경영자협회가 최근 2백5개 회원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추석명절 설문조사」에 따르면 추석선물을 주는 업체가 지난해 67.3%에서 올해는 59.1%로 떨어졌고,특별상여금을 주는 곳도 지난해 48.3%에서 44%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샐러리맨들을 우울하게 하는 것은 감원바람이다.불경기를 이기지 못한 업체들이 너도나도 조직개편이나 명예퇴직등을 통해 감원에 나서고 있다.
국내 최대의 기계공업단지인 창원공단내 삼미특수강은 지난달 28명의 임원직을 21명으로 줄인데 이어 부.차장급 간부사원 1백여명가운데 약 20여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통일중공업도 23명의 임원중 65세이상의 임원 9명을 대기 발령시켰으며,삼성중공업 제1공장은 5월이후 지금까지 45세이상사원 3백여명을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 감원했다.울산지역 공단에서도 선경인더스트리가 이미 간부사원 1백여명을 명예퇴직시킨데 이어 생산및 하위직에 대한 명예퇴직 자 물색에 들어가는등 감원바람이 일고 있다.
대구.창원=김상진.홍권삼.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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