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韓.日과거사와 군함訪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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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함정 2척이 지난 1일 해방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5박6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초급장교 1백30여명과 승조원등 모두 5백50여명으로 구성된방문단 일행은 방한 첫날 진해 해군사관학교를 방문한데 이어 서울동작동 국립묘지 참배,판문점.제3땅굴견학및 전방시찰,경주 문화유적지 견학등 다양한 친선행사를 갖는다.또 연 습함대를 이끌고 온 야마다 미치오(山田道雄)소장은 3일 동작동 국립묘지를 참배한데 이어 국방장관을 예방했다.
일본군함의 방한은 94년 12월 한국 해군 순양함대가 일본 도쿄(東京)항을 처음 방문한데 대한 답방형식으로 이뤄진 것이지만 양국간 해군함정의 교환방문이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3천급 호위함 사와유키호와 4천급 연습함 가시마호의 이번 한국방문은 무엇보다 양국 해군간 교류와 함께 한국해군의 군사교류다변화란 측면에서도 일단 고무적인 현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
9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그동안 미국에 의존적인 군사협력 관계에서 벗어나 대(對)주변국과의 교류협력 확대로 전략적인 변신을 시도해 왔다.93년 9월 우리 해군 함정이 사상 처음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을 방문한 것도 바로 이같은 전 략에 따른 것이었다.우리 해군은 이제 다음 차례로 가까운 장래에 중국 칭다오(靑島)를 방문할 계획이다.
한.일 양국은 그동안 육군장교 교육교류,공군장교 교환조종등 기초적인 유대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유독 해군함정 교환방문 문제를 놓고는 그 상징성 때문에 수년간 신경전을 벌여오다 지난 94년 첫 결실을 보았다.
그런만큼 일본측에선 이번 한국방문을 앞두고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측은 기본적으로 이번 방한행사를 「조용하게」치른다는 원칙아래 수도 서울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인천항 대신 부산항을 택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일본함정의 방한과 관련,한.일 양국간의 과거사를 떠올리며 민족적인 반일(反日)의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급변하는 국제조류 속에서 영원한 적도,영원한 동맹도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 본다면 이번 야마다 미치오 일본연습함대 사령관에게서 임진왜란 당시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의 모습을 떠올릴 필요까진 없지 않을까.
우리가 참으로 새겨둬야 할 것은 일본을 더 이상 과거 속에만가둬 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식세계 안으로 적극 끌어들여 그들과 함께 우리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발상의 전환일 것이다.
김준범 정치부 통일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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