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임정희·마리아, 모국 코트 찾은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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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가운 대신 유니폼을 입었다.

이번 시즌부터 여자프로농구(WKBL) 삼성생명 유니폼을 입은 임정희(22·1m67㎝)와 지난해 데뷔한 금호생명 마리아 브라운(24·1m75㎝)은 의사 지망생이다. 두 선수 모두 미국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의사가 되는 게 목표다. 학업과 농구를 병행하면서도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했다. 임정희는 피츠버그 대학에서 평점 3.6을 받았고, 마리아는 페이스 대학에서 3.75점을 받았다고 한다. 졸업하면 의학대학원에 도전해 볼 요량이었다.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에 가기엔 실력이 모자랐지만 농구를 몹시 사랑했다. 임정희는 “농구는 내 육체와 정신의 일부”라고 말했다. 마리아는 “농구는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고 했다. 의사의 꿈은 아직도 유효하다. 은퇴 뒤 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에는 둘 다 변함이 없다.

임정희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에서 컸다. 마이클 조던이 다닌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이 있는 농구의 도시다. 의류점 22개를 경영하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임정희는 고교 시절까지는 뛰어난 선수였다. 그러나 키가 크지 않았고 여자농구 명문 팀인 피츠버그대에 입학한 뒤 부상, 감독과의 갈등으로 별 활약을 못했다. 지난해 총 25경기에 나섰고 평균 출전 시간 7분20초에 평균 1.5득점에 불과했다. 삼성생명 백상흠 국장은 “대학 시절 별 활약을 못해서 농구에 한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마리아는 어머니만 한국계다. 생부는 백인이었고 계부는 흑인이었다. 지난해 한국에 왔지만 적응이 쉽지 않았다. 아킬레스건 등의 부상도 겹쳤다. 금호생명 광고에 나오는 등 얼굴이 알려졌지만 경기에 제대로 나오지 못해 마음고생이 심했다. 둘 다 야심이 크다. 삼성생명 이호근 감독은 임정희를 두고 “기본기가 훌륭하다. 드리블이 남자 같고 돌파력도 뛰어나다. 스타일이 다른 한국 농구에 적응하는 일만 남았다”고 칭찬했다. 토니 러틀랜드 등 한국계 미국 선수들은 한국 농구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특히 포인트가드들이 그렇다. 임정희도 그 사실을 잘 안다.

그는 “미국에서는 1대1과 골밑 공격을 많이 했는데 한국에서는 외곽슛 위주로 돌아간다. 무엇이 맞는 건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마리아가 임정희에게 한 첫 충고는 “부상을 조심하고 팀에 녹아 들어가라”는 말이었다. 자신의 실수를 임정희가 답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임정희는 “지금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말할 수 없지만 뼈가 부러질 정도로 열심히 할 생각이다. 성공할 자신 있다”고 이를 악물었다. 마리아도 “지난해엔 부상 등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10%밖에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는 100%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채준 기자, 사진=이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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