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한국의역군들>9.포항공대 물리학과 이성익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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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인체 게놈.핵융합.초전도.
21세기 인류의 삶을 바꿀 주요 과학기술 프로젝트들이다.
그중에서도 초전도는 세계의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이 분야를 막론하고 다투어 참여하고 있는 핫 이슈.거의 무한정 쓸 수 있는 에너지의 생산및 손실없는 운반,자기부상열차등 초고속 교통수단,가공할 연산속도를 지닌 초고성능 컴퓨터는 물론 차 세대형 진료시스템에의 응용등 그 쓰임새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포항공대 물리학과 이성익(李星翊.44)교수는 초전도체 제조에있어 가장 앞선 과학자중 한사람이다.
세계 초전도학계도 이같은 평가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는 93년 9월 「수은계 1223」 단일상(單一相) 초전도체를 만들어 처음으로 절대온도 1백35도(섭씨 영하1백38도)에 도달했다.
그전까지는 스위스의 연구팀이 영하 1백78도.영하 1백46도.영하 1백38도의 복합상(複合相)을 제조한 것이 기록이었다.
기록상으로는 「타이」지만 복합상의 경우 초전도체의 특성을 인식하기 어렵고 실제 활용면에서도 단일상이 돼야 초전도체로서의 가치가 있다.이 업적은 94년 신금속국제학회 초청강연을 필두로올해까지 수다한 국제학회의 초청강연이 이어질 정 도로 인기다.
그는 자신의 연구업적이 「열린 연구」덕분이라고 말한다.
포항공대엔 석성호(石聖浩).유창모(柳昌模)교수등 이론분야와 박수용(朴秀用).이후종(李厚宗)교수등 李교수와 함께 실험분야를담당하는 교수들이 포진해 초전도 기본원리부터 응용까지 일관연구가 가능했다는 것.
李교수는 수은계 1223이 완성될 즈음 「열린 연구」방식을 전국적으로 확대한다.
이름하여 「초전도 계절학교」의 운영.
『방학기간중 초전도를 연구하는 학자와 학생 1백여명이 포항공대에 모여 5박6일동안 합숙하면서 축적된 초전도 지식을 몽땅 털어놓고 난상토론을 벌이는 워크숍입니다.』 93년 여름방학을 시작으로 지난 7월까지 일곱차례 열린 이 워크숍 이후 국내 각대학과 연구소에서 초전도에 관한 좋은 논문이 줄을 잇고 있다.
이화여대 물리학과 양인상(梁仁相)교수는 『포항공대로부터 좋은 초전도 시료를 공급받아 고압에 서의 초전도 전이현상을 연구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효율과 수준이 훨씬 좋다』고 분업연구의 이점을 말한다.
고려청자 도공(陶工)식 폐쇄적 방식으로는 세계를 제패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李교수는 초전도에 관한 정보와 의견을 나눌수 있는 초전도 네트워크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요즘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다.금속간 화합물 초전도체(YNiBC)에 관한 것.
『고온초전도체와 재래초전도체의 중간적 성격을 지닌 소재로 또하나의 획기적 작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서강대 72학번인 李교수는 유신헌법 철폐시위 주동자로 지목돼 제적,낭인(浪人)생활끝에 81년 학부를 졸업했다.
졸업과 동시에 미국 오하이오주립대로 가서 3년만에 석사,1년만에 박사과정을 끝내고 박사후과정에 있던중 휴스턴대 폴 추교수가 영하 1백96도로 고온 초전도체의 새 장을 열자 초전도를 평생의 업(業)으로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이제 李 교수는 추박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다.
서강대 동기동창인 장선영(張仙影.43)씨와 1녀1남을 두고 있다.
포항=윤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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