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잠정 결론 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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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헌법재판소는 4일 평의(評議)를 열고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쟁점에 대한 재판관들의 의견을 정리했다.

헌재는 또 결정문 초안에 대한 정리 작업을 계속하는 등 다음주로 예상되는 선고에 대비해 분주히 움직였다.

재판관들은 6, 7일에도 잇따라 평의를 열고 결정문 초안의 문구 등을 놓고 토론을 벌일 계획이다.

그러나 헌재는 평의에서 파면.기각.각하 등의 주문(主文)이 결정되더라도 선고 시점까지는 철저히 보안을 지키기로 했다. 이로 인해 헌재 관계자들은 혹시라도 내부의 논의 내용이 밖으로 흘러나갈 것을 우려해 입조심을 하는 모습이었다. 국내외적으로 관심이 쏠린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이기 때문에 자칫 외부에 회의 내용이 유출되면 불필요한 오해나 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관들도 언론은 물론 외부 인사들과의 접촉을 가급적 피했다.

윤영철 헌재 소장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모르겠다"는 말로 일관했다. "평의를 몇시에 개최하느냐"는 정도의 가벼운 질문에도 손사래를 치며 답하지 않았다. 전에 없이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기자들의 질문에 상대적으로 충실하게 답변해 왔던 주선회 재판관도 "매정하게 대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앞으로는 꼭 알려드려야 할 내용은 공보관을 통해 전달하겠다. 이 밖에는 할 말이 없다"며 잘랐다.

오후 3시15분쯤 평의를 마친 뒤에도 周재판관은 "언론에 평의 내용과 앞으로 절차에 대해 일절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헌재는 선고일까지는 일상적으로 실시해 오던 학생들의 청사 견학은 물론 귀빈급 인사들에 대한 방문 신청도 받지 않기로 했다. 외부와의 접촉을 가능한 한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헌재 안팎에서는 "이날 열린 평의에서 최종 결정 내용이 정리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날 오후 6시까지 평의가 계속됐던 것과 달리 이날은 상대적으로 일찍 마쳤기 때문이다. 또 재판관들이 갑자기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는 점도 그렇다.

헌재는 이날 취재진에게 "최종 선고 내용에 대한 보도를 자제하고, 재판관들을 상대로 한 질문도 삼가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헌재 관계자는 "선고 내용 못지않게 결정에 대한 법리적인 배경 설명도 중요하기 때문에 헌재의 입장을 그때 그때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최종 결론이 나온다 해도 결정문을 작성하면서 추가적인 평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선고일까지는 아무도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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