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함께>"생명보다 아름다운..." 서울대 박상철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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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 전직대통령이 각각 사형과 22년6월의 징역을 선고받았다.이번 판결을 생명체의 논리로 풀어보면 두사람은 『생명체에는 쿠데타가 없다』는 대원칙을 어긴 경우에 해당한다.
일거에 부당한 방법으로 세상을 뒤엎음으로써 생명체의 섭리를 거슬렀기 때문이다.서울대의대 생화학교실 박상철(朴相哲.47)교수.의대의 「음지」에서 연구실과 강의실을 지킨 학자다.
콩나물에서 숙취제거제로 각광받는 아스파라긴산을 추출한 것이 이 생화학교실의 작품이었다.그가 펴낸 『생명보다 아름다운 것은없다』(사회평론刊)는 생명체 구성단위인 생체분자를 축으로 신체여러 기관,그리고 세상사의 바탕에 흐르는 생명 의 원칙과 신비를 흥미롭게 다룬 보기 드문 책이다.곳곳에 등장하는 전문용어가다소 낯설지만 알기 쉽게 풀어가는 얘기솜씨 때문에 속도감있게 넘어간다.
공자.노자등 귀에 익은 동양고전의 문구 인용도 친근하다.그는특히 생체분자에도 삼강오륜(三綱五倫)이 있다고 말한다.
『삼강은 그리움.어울림.헤어짐의 원리를 뜻합니다.DNA 염기배열,항원과 항체,단백질과 수용체처럼 온전한 생명을 유지하려면제짝을 제대로 만나 조화롭게 작용하고,또 시간이 되면 균형을 찾기 위해 떨어져야 해요.』 이런 순리가 파괴되면 인체에는 암(癌)등 각종 질병이 발생하게 마련.또한 오륜은 분자들이 반드시 지키는 규범.순서.지조.안분.협동.화생(化生)을 가리킨다.
일정한 시간과 공간에서 기능하는 분자들이 상호작용,혹은 자기희생을 통해 새로 운 형태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작게는 분자,크게는 장기(臟器)들이 전체와 조화를 이루듯 정치는 평등에 기초한 공동선을 지향해야 합니다.하늘에 거역하지않고 순응한다는 말(順天者存 逆天者亡)과 통하지요.그러면 정의구현이란 법의 목표도 자연스레 달성됩니다.최대의 효율을 노리는경제도 같은 원리입니다.꼭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대사(代謝)가 진행되듯 사회구성원이 모두 행복을 추구하도록 자원이 분배돼야 합니다.』 朴교수는 이같은 생각을 「바이오토피아」로 표현했다.완벽한 시스템을 갖춘 생체처럼 일방적 강요나 지배없이 구성원 각자가 주어진 의무를 자발적으로 수행하면 이 과정에서 공동체의 삶이 자연스레 완성된다는 것이다.그는 앞으로 음식.춤등우리 문화속에 스며든 생명의 양상을 더 상세히 파고들 계획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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