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전매제한 없으니 … 넣고 보자, 오피스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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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 오피스텔 분양시장에 단기 전매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사진은 최근 경기도 군포에 분양된 삼성쉐르빌 오피스텔에 청약하기 위해 신청자들이 줄지어 기다리는 모습.

 

서울에서 인터넷 관련 중소업체에 근무하는 이현주(여·29)씨는 회사 동료 4명과 함께 지난달 인천 송도 센트로드 오피스텔에 청약했다. 이씨는 올 5월부터 모두 4개 단지의 오피스텔을 두드렸다. 이씨는 “당첨만 되면 전매차익으로 수백만원의 웃돈을 챙길 수 있다”며 “요즘 비슷한 또래들 사이에 오피스텔 청약이 유행”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신청한 오피스텔들의 청약경쟁률은 수십대 1에서 최고 수백대 1에 달했다.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젊은층의 쌈짓돈이 오피스텔 분양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아파트 분양시장은 크게 위축돼 있지만 오피스텔은 청약 과열을 걱정할 정도다.

경기도 군포시 삼성쉐르빌은 지난달 말 청약접수에서 12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송도 센트로드는 263실 분양에 3만898명이 청약, 경쟁률이 129대 1에 달했다. 앞서 8월 말 분양된 송도 커낼워크의 청약자는 모두 8만4000여 명으로 청약신청금만 4200여억원이 몰렸다.

오피스텔 청약열기는 수도권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아산신도시에서 지난달 말 분양된 펜타폴리스의 경쟁률이 13대 1이었다. 같은 달 같은 곳에서 분양된 S아파트의 경쟁률은 평균 1.3대 1이었다.

오피스텔 분양시장의 높은 경쟁률은 무엇보다 주택과 달리 규제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전매제한이 없어 계약 직후 바로 되팔 수 있다.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9월 22일 이후 분양승인 신청분부터 전매제한이 적용돼 전매제한을 피한 막판 분양이 잇따르면서 경쟁률이 더 높아졌다.


청약통장 등 청약자격 제한이 없고 자금부담이 작다. 수백만원의 청약신청금만 있으면 청약할 수 있다. 재당첨 제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 계약금 비율이 대개 분양가의 10%로 아파트(20%)보다 낮고 공급면적도 아파트보다 적어 계약금으로 큰 목돈이 필요하지 않다.

여기에다 주택과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오피스텔 분양시장이 젊은층의 투자 틈새시장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군포 삼성쉐르빌에 청약한 김모(32)씨는 “수익률이 급락한 펀드 적립을 중단하고 대신 그 돈으로 오피스텔에 신청했다”고 말했다.

분양업체 관계자들은 “주식이나 펀드 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오피스텔에 청약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고 전한다. 실제 최근 분양된 오피스텔 당첨자 중 20~30대가 전체의 40% 정도를 차지한다.

이들은 당첨 후 곧바로 전매해 전매차익을 챙겨 빠져나간다. 8월 인천 송도에 분양된 C오피스텔의 경우 한 달 새 전체 가구수의 3분의 1 정도가 전매됐다. 이 오피스텔에는 많게는 2000만원이 넘는 웃돈이 붙어 있다.

당분간 전매제한이 없는 오피스텔의 청약열기가 계속될 것 같다. 도우시앤씨 손상준 사장은 “오피스텔 투자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인식이 강해 전매차익을 노린 신청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웃돈만을 노린 ‘묻지마 청약’은 주의해야 한다. 청약경쟁률이 높아도 실제 웃돈은 브랜드·입지여건 등에 따라 달리 형성되기 때문이다. 당초 예상만큼 웃돈이 붙지 않으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웃돈이 줄곧 오르는 것도 아니다. 지난 5월 인천에서 분양된 P오피스텔 108㎡의 웃돈은 분양 직후 1000만원 정도까지 올라갔다가 지금은 50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오피스텔 분양시장에 웃돈 기대감에 따른 거품이 적지 않게 끼어 있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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