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치 떨어져도 화폐체계 그대로여서 경제활동 불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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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경제규모는 커졌으나 20여년전에 만들어진 현행 화폐체계는 그대로여서 국민들의 경제활동에 불편을 주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예를 들어 요즘 주부들은 시장에 갈 때면 옛날과 달리 돈을 「수북이」 가지고 가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1원짜리 동전에서부터 1만원짜리 지폐에 이르기까지 8단계로짜여진 현행 화폐체계는 75년 1인당 국민총생산(GNP)5백90달러,국내총생산(GDP)2백9억달러 시절에 만들어진 것으로 그동안 우리 경제규모는 단순계산만으로도 20배 가 량 커졌다.
한국은행측은 국민의 경제활동 편의를 위해서는 1만원권 이상의 고액권이 필요함을 인정하고 있으나 5만원권 또는 10만원권을 새로 발행할 경우 물가인상 심리를 부채질할 우려가 커 손을 안댄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한국물가협회가 정기적으로 조사중인 3백58개 생활용품중 절반 가까운 1백63개(45.5%)품목의 가격이 1만원권을가져야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10년전인 86년 33.7%(1백69개 품목중 57개)만 1만원권을 꺼내야 할 정도였던 것과 비교할 때 생활용품이 그만큼 고가로 바뀌었다는 방증(傍證)이다.또 10년전에는 1천원권 이하로 구입할 수 있던물품이 36.6%나 차지해 생활경제 현장에서 1천원짜리가 비중있는 거래단위였으나 현재는 17 .3%만 1천원권 이하로 구입할 수 있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1천원짜리는 사실상 잔돈으로 전락했다.86년에는 배추.무.세탁비누.칫솔.치약.화장지등 조사대상품목중 7가지가 1백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생활용품이었다.농산물 의 경우 총 61개 품목중 절반이 넘는 31개가 1천원 이상으로 적어도 5천원짜리가 필요하다.버섯(1근).통마늘(1㎏)등이 각각 4천원이고 배추 1포기도 2천원이넘었다.농산물을 구입할 때 1만원권 이상이 필요한 품목도 크게늘었다 .보리쌀 1되,수박 1통,마른 고추 1근,양상추 1㎏등21개나 된다.반면 1천원짜리로 살 수 있는 것은 사과 1개,부추 1㎏등 모두 9개에 불과하다.또 대부분 슈퍼마켓 물품인 가공식품류도 1천원짜리 시대에서 5천원짜리 시대로 껑충 뛰었다.마요네즈.분유.꽁치통조림등 조사대상 1백12개중 절반이 넘는총 59개가 5천원짜리로 거래해야만 살 수 있었다.더구나 가공식품류도 1만원권 시대로 서서히 접어들어 무려 23개 품목이 1만원짜리를 통해 거래되고 있다.
이밖에 일용품과 내의류.주방용품등 기타 생활필수품도 대부분 1만원권 중심의 거래를 해야 불편이 없을 정도로 이미 고가가 돼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한편 미국과 일본은 각각 1백달러(약8만원).1만엔(약 7만2천원)짜리가,대만은 1 천위안(약 2만8천원)짜리가 발행돼 쓰이고 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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