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考試生 500명 무료 지원 이종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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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자신이 이루지 못한 고시합격의 꿈을 형편이 어려운 고시지망생들의 뒷바라지로 펴는 독지가가 있다.서울관악구신림동 속칭 고시촌에서 설봉서점을 운영하는 이종선(李鍾善.40.사진)씨.89년부터 가난한 고시생 5백여명에게 고시공부를 할 수 있도록 숙식을 제공하고 학원비를 대주는등 선행을 베풀어온 고시생들의 「큰형님」이다.李씨는 여름.겨울방학동안에는 고시촌에서 서울대 도서관까지 고시생들을 위한 무료버스를 운행하기도 한다.
『78년부터 사법시험 공부를 했는데 89년 사법시험문제 부정유출사건이 터지자 기성세대에 대한 환멸감이 들게 되더군요.그래서 고시에 합격해 입신하는 것보다 사람을 잘 길러내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李씨는 이때( 89년)11년간의 고시공부를 걷어치우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털어 서울.합천 두곳에 무료공부방을 내고 「설봉사회과학연구원」이란 간판을 내걸었다.그리고 생활이 어려운 고시생들이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학비를 대겠다는 광고를 고시전 문지에 냈다.
전국에서 몰려든 지원자중 정말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선발해 지원한 것이 지난 8년간 5백여명.서점 4곳을 운영해 벌어들이는 연간 2천여만원의 돈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후원대상 고시생들을 공정하게 선발하기 위한 뜻」에서 본인의출신대학.고향등 개인신상을 끝내 밝히기를 거절한 李씨는 『처음에는 결사반대하던 가족들도 이제는 자신을 이해해줘 큰 힘이 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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