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總聯사태 관련 연세大서 가진 대학 총.학장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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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총련 학생들이 9일동안 유린한 연세대 캠퍼스에 들어선 반백(半白)의 대학 총장들은 모두 할말을 잊고 말았다.
최루탄 가스 냄새와 무더위로 고통스럽던 땀.콧물.눈물.재채기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윤홍로(尹弘老)단국대 총장은 『참담하다.도대체 학교가 왜 이런 지경에 이르렀느냐』고 한탄했다.
전국 2백83개 대학.전문대 총.학장들이 21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의 오찬을 끝낸 직후 학생폭력 시위로 폐허가 된 연세대를 방문,교문부터 걸어가 종합관과 이과대 건물을 찾았다.
그리고 교육부가 이날 오후3시 연세대 1백주년 기념관에서 긴급 마련한 전국 대학 총.학장회의에서 모처럼 허심탄회한 의견을나누며 「자기 반성」의 기회를 가졌다.
이날 대학 총.학장회의 소식을 들은 한총련 학생들이 몰려올 것이란 소문이 돌아 1백주년 기념관은 경찰들이 에워싼 상황.
30여분동안 안병영(安秉永)교육부장관의 인사말과 교육부 학생지도대책이 발표되고 30여분동안 총장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번 기회에 시민들은 민족주의와 다양화를 가장한 좌익 폭력학생들의 실상을 제대로 알게됐을 것입니다.』 박홍(朴弘) 서강대 총장은 최근 「무궁화 결사대」란 이름으로 자신에게 보내진 「협박 편지」를 공개해 주위를 긴장시켰다.협박 편 지는 『더 이상 정의의 민족투쟁을 방해하면 역사와 민족의 이름으로 당신과가족을 모두 처단하겠다』는 내용.
朴총장은 또 『연세대에는 다른 학생들이 몰려와 시위를 벌인 만큼 모든 대학이 사정껏 연세대에 물질적인 보상을 해주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세열(金世烈)한남대 총장은 『순진한 신입생들이 동아리 선배들을 통해 잘못된 사상을 주입받는 경우가 많다』며 『신입생들의학생지도에 각별히 신경쓸 것』을 강조했다.
피해 당사자인 김병수(金炳洙) 연세대 총장은 『우리는 현재 2학기에 강의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상태로 금전적인 문제를 떠나 대학들이 무엇을 도울 수 있을 것인지 결의라도 해달라』며 『연세대 문제는 모든 대학의 문제인 만큼 단결해서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대학교육협의회(회장 金玟河 중앙대 총장)는 이날 회의가 끝난후 1백주년 기념관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날 회의를 마치고 떠나는 총장들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다.코앞에 다가온 2학기의 전망이 결코 밝지 않기 때문이었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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