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체,의약품보다 드링크류에 더 주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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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제약업체들의 주력상품 비중이 의약품에서 드링크류로 갈수록 옮겨가고 있다.우선 제품개발에 들어가는 비용.기간이 신약의 10%에도 못 미쳐 부담이 적은데다 일단 히트하면 힘 안 들이고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재 매출순위 상위권의 국내 제약업체들은 거의가 자양강장 드링크를 주력상품으로 갖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1위를 차지한 동아제약의 경우 박카스 생산비중이 56.6%(1천4백45억원)인 것을 비롯해 드링크류가 총생산액의 62%를 차지했고,6위 일양약품은 원비 생산비중 40%(5백29억원)을 포함해 음료부문 매출액이 전체의 70%나 됐다.박카스와 원비는 단일 의약품매출액 1,2위를 차지한 품목이다.유한양행(유톤디).종근당(자황).동화약품(쌍화탕.알프스Q.
활원).영진약품(구론산바몬드S)등 녹십자(2위)를 제외한 1~7위 업체가 모두 자양강장 드링크를 생산하고 있다.
한편 국내 1백대 제약업체들이 지난해 신약개발에 투자한 연구비 총액은 1천6백68억원으로 총매출액의 4%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세계 1위인 그락소웰컴 1곳의 연구비 1조5천3백20억원(매출총액의 18.7%)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히트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관절염치료제 케토톱(태평양제약).케노펜겔(일동제약)등의 개발비가 15억~20억원인 반면 청량음료인 가평찹쌀식혜(유한양행)는 3억원밖에 들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또 의약품의 매출액 회수기간은 보통 2백~3백일인데 비해 드링크류는 대부분 현금결제고 길어도 30일을넘기지 않아 자금난 타개에도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처럼 제약업체들이 본연의 의약품생산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업계 내부에서도 『식.음료회사인지 제약회사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한편 제약업체들이 계속 신약개발을 등한시할 경우 홍콩.싱가포르등 동남아국가들처럼 의약품공급이 다국적기업들의 손에 모두 넘어가 국민건강을 남의 나라 업체에 맡기는 상황이 곧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한국그락소웰컴의 경우 지난해 종 근당 지분 50%를 회수하는 등 다국적제약업체들이 대부분 국내에서 독자영업에 나서면서 로열티를 주고 생산할 의약품의 종류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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