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식품의약전문기자의Food&Med] 중국발 멜라민 공포에 대처하는 5가지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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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국 멜라민 분유 파동, 프랑스산 분유의 살모넬라균 오염, 중국산 분유의 사카자키균 오염, 국내 시판 과자에서 멜라민 검출…. 자고나면 일어나는 식품안전 사고로 국민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처럼 멜라민과 같은 화학물질에 오염되는 사고가 터졌을 때 소비자는 다음 5가지 잣대로 그 위험도를 파악하며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째, 해당 식품의 섭취 빈도다. 늘 먹는 주식이라면 ‘비상 사태’다. 지난해 3월 미국에선 중국산 멜라민 오염 사료를 먹은 개·고양이 등 애완동물 5000여 마리가 폐사했다. 애완동물에게 사료는 주식이다. 최근 중국에서 멜라민 분유를 먹은 아기의 희생이 컸던 것도 분유가 아기의 주식이기 때문이다. 반면 어쩌다 한 번 섭취하는 식품이라면 위험도는 떨어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미사랑 카스타드’(멜라민 검출)에 의한 건강상 피해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은 이래서다.

둘째, 해당 화학물질의 독성 크기다. 소비자가 알기 쉽게 화학물질은 맹독성·고독성·저독성 등으로 분류한다. 멜라민은 저독성에 속한다. 발암성을 파악하는 데는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물질 리스트가 유용하다. 1그룹(가장 강력한 발암물질)부터 2A그룹·2B그룹·3그룹 등으로 분류해 놓았다. 멜라민은 인체에서 발암성이 확인되지 않은 3그룹이다.

셋째, 해당 화학물질이 물과 기름 중 어디에 주로 녹느냐다. 지용성이면 뇌·간 여러 장기로 퍼져 장기간 축적되기 십상이다. 비타민 A·D·E 등 지용성 비타민이 체내에 쌓여 간혹 과잉증상을 유발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수용성이면 체내에 오래 머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멜라민은 지방에 녹지 않는다. 체내에 들어온 멜라민은 대부분 신장으로 이동한 뒤 소변으로 배설된다. 따라서 신장 이외의 다른 장기에 해를 입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

넷째, 화학물질 섭취자의 연령이다. 어릴수록 위험하다. 화학물질에 대한 하루 섭취 허용량(ADI)은 체중에 따라 달라지는데 체중이 적은 아기의 ADI가 성인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아기는 아직 신장이 발달하는 단계여서 멜라민에 의한 손상을 더 심하게 받는다. 신부전증의 유일한 치료법인 투석도 아기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다섯째, ADI다. ADI는 사람이 그만큼의 양을 평생 꾸준히 먹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수치다. 유럽연합(EU)이 정한 멜라민의 ADI는 체중 ㎏당 0.5㎎(미국 0.63㎎)이다. 가능한 한 체중이 50㎏인 사람은 하루에 멜라민을 25㎎ 이하, 10㎏인 아기는 5㎎ 이하 섭취하라는 의미다. ‘미사랑 카스타드’에선 멜라민이 137ppm 검출됐다. 중국산 멜라민 분유의 2000∼2563ppm보다는 훨씬 적지만 기자의 예상을 크게 상회했다.

ppm=㎎/㎏이므로 137ppm은 ‘미사랑 카스타드’ 1㎏당 멜라민이 137㎎ 들어있다는 뜻이다. 누가 이런 과자를 하루에 1㎏씩 먹을 수 있을까? ‘미사랑 카스타드’를 하루 한팩(12개 들이·66g)씩 먹는다고 가정하면 멜라민을 하루 9㎎ 섭취하는 셈이다. 이는 체중이 50㎏인 여성의 ADI보다 낮지만 10㎏인 아기의 ADI 보다는 높다.

아기가 매일 1팩씩 이 과자를 ‘편식’할 리 없고 아기가 자라면서 체중도 함께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설령 멜라민 함유 식품을 섭취했다 해도 이러한 과학적인 분석과 수치의 의미를 알고 대처해야 지혜로운 소비자라고 할 수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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