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大 이과대에서 농성 2천명 대탈출-작전論.실수論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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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작전」이었나 「실수」였나.
20일 오전 연세대 이과대에서 농성중이던 대학생들이 대거 탈출한 것에 대해 경찰의 퇴로 묵인작전인지,아니면 포위망에 구멍이 뚫린건지를 놓고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경찰은 학생들이 달아난 직후 『학생들에게 당한게 아니라 피해를 최대로 줄이기 위한고차원 전술이었다』고 주장했다.
이과대 안에 있는 각종 화학약품과 산소.수소통들로 인해 무턱대고 진입할 경우 엄청난 인명피해를 낳을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일부러 포위망을 누그러뜨려 학생들을 유인했다는 것이다.특히 수소통이 폭발할 경우 이과대 건물은 물론 신촌 일 대까지 큰 피해가 예상됐기 때문에 진입이 쉽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경찰이 종합관부터 진입한 것도 이런 위험 때문이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장에 동원되지 않은 경찰 관계자들과 학생들 사이에선『경찰이 방심해 완전히 당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들은 우선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 지휘관들이 학생들이 탈출한 사실을 이과대에 진입해서야 알고 『어,달아난다』고 외치며 허둥댔던 사실을 지적한다.또 일단 퇴로를 터주면 붙잡기 어렵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경찰이 고의로 포위망을 느슨하게 했을리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경찰청 핵심간부는 무전으로 탈출 소식을 듣고는 크게 화를 내며 『일선 경찰이 학생들에게 당했다.문책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반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성 학생들은 집행부가 이미 오전3시쯤 경찰의 진입사실을 눈치채고 탈출계획을 짜기 시작했다고 말한다.오전9시30분쯤 건물지하에 모여 「기자회견을 한다」고 연막작전을 치고 건물앞 바리케이드에 불을 질러 전경들의 시야를 가린뒤 출입문 을 빠져나와오솔길을 통해 연희동 주택가로 빠져나갔다고 말한다.
경찰 내부에선 시위진압 과정에서 보여준 경찰의 정보력 부재가결국 이런 「실수」를 불렀다는 관측도 있다.
그 단적인 예가 경찰이 추산한 농성학생수.경찰은 진입작전 직전까지 종합관 6백명,이과대 건물 5백명등 총 1천1백여명이 있다고 보았다.그러나 실제론 4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농성중이었다.
이창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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