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與野의 첫 협약, 실천만 남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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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회담이 끝났다. 경제회생과 일자리 창출, 정치개혁을 강조한 두 사람의 상황 진단과 처방은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그래서 이제 남은 것은 양당의 말처럼 첫째도 실천, 둘째도 실천뿐이다.

우리는 국회와 정치권 차원에서 추진되는 민생우선, 경제우선 정책들이 정부의 정책과는 다를 수 있다고 본다. 예컨대 국회에 설치될 규제개혁특위는 규제에 대한 정부의 종전 접근 방식과는 차별화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그동안의 숱한 규제개혁 논의는 묶으려는 정부와 풀려는 재계, 칼자루를 쥔 관청과 칼날을 잡은 기업 간의 지루한 줄다리기로 별 진전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선 정부에 맡기니 오히려 규제가 늘어났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국회 특위는 모든 것을 백지에 놓고 새롭고도 객관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만큼 여야 지도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특위를 지원하고 권한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일자리 창출 특위에 대해서도 같은 기대를 갖는다.

17대 총선으로 우리도 부패 정치를 청산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 만큼 두 당이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해 구태와 완전히 절연하겠다고 다짐한 것도 환영한다. 특히 선거 직전에야 졸속으로 처리하면서 게리맨더링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선거구획정 작업을 외부 인사들에게 맡겨 시간을 두고 결론을 내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여야는 선거 후 첫번째 대화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또 자신들이 합의한 내용에 대해 구속력을 갖게 하기 위해 '협약'으로 규정한 것도 진일보한 자세다. 국민은 앞으로 여야가 협약의 내용을 어떻게 지켜나가며, 당초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그 원인을 제공한 쪽이 어디인지를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정부도 정치권이 모처럼 합심한 이때를 놓치지 말고 이 분위기를 각종 법령을 비롯한 법적.제도적 장치의 정비로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