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현대차·도요타의 ‘마른 수건 다시 짜기’ 차이점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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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요즘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본사에 들어서면 어두컴컴합니다. 판매가 잘 안 돼서가 아닙니다.

7월부터 ‘도요타식 마른 수건 다시 짜기를 하겠다’며 형광등의 절반을 소등해서지요. 냉방온도도 28도로 맞춰 컴퓨터를 많이 쓰는 사무실은 한여름에 말 그대로 찜통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업무효율이 떨어지니 직원들은 책상위에 소형 선풍기와 탁상등을 달아 놓았습니다. ‘현대차식 마른 수건 다시짜기’의 단면입니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경영을 상징하는 말처럼 통합니다. 이 말은 ‘공정에서 낭비(일본어로 ‘무다’)를 제거하기 위해 머리를 짜낸다’는 의미에서 나왔습니다. 1960년대 도요타식 낭비 제거인 가이젠(改善)을 주도한 오노 다이이치(大野耐一) 부사장이 만들어 냈습니다. 한국에선 이상하게도 절약을 강조하는 ‘자린고비’의 의미로 쓰입니다. 현대차는 늘 도요타 따라잡기를 강조합니다.

물론 도요타는 ‘나고야의 구두쇠’라는 별명도 갖고 있습니다. 예전에 도요타 본사 화장실 변기에는 벽돌이 한 장씩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물을 아끼기 위해서죠. 매출 260조원의 세계 최대 제조업체인 도요타가 이런 구두쇠였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도요타 공장 견학을 할 때 마다 직원들로부터 창업자인 도요타 기이치로(豊田喜一郞) 사장의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40년대 그는 매일 공장을 순시했다고 합니다. 한 번은 엔진 조립라인의 작업자가 끙끙대는 것을 보고 기이치로가 다가갔습니다. 몇 가지 확인을 하고 ‘엔진 블록 안에 손을 넣어 봤느냐’고 묻습니다. ‘기름덩어리라 그러지 못했다’고 대답하자 기이치로는 즉각 소매를 걷어붙이고 엔진 안에 손을 넣어 문제점을 해결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도요타 사장들은 현장 순시 때 장갑을 끼지 않습니다. 언제든지 조립라인에 이상이 생기면 사장부터 뛰어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죠. ‘마른 수건 다시 짜기’는 이런 솔선수범이 기본입니다.

2000년대 들어 세계 자동차업체의 성패는 원가 절감이 좌우하고 있습니다. 납품업체를 쥐어짜는 것은 구식이죠. 요즘 도요타는 연구소와 구매본부가 협조해 신차 개발단계부터 원가를 줄이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2006년 나온 도요타의 신형 캠리가 대표적이죠. 엔진의 출력은 기존 모델보다 높였지만 무게를 50㎏이나 줄여 연비를 향상시켰죠. 중요한 것은 엔진 소재를 바꾸면서 크기가 작아지고 단가가 30% 이상 낮아진 점입니다. 이런 식으로 절감한 금액이 차량 한 대당 100만원이나 된다고 하네요. 캠리가 연간 90만 대 팔린다고 보면 매년 900억원을 절감한 셈입니다. 형광등 절반 끄기로는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인 셈입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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