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종교학자 하비 콕스 국제神學연구원 초청 23일訪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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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종교학자 하비 콕스(하버드대 교수.67)가 오는 23일 한국을 처음 방문한다.
라인홀드 니부어.파울 틸리히 이후 20세기 최고의 종교학자로꼽히는 그는 『세속도시』(1965).『바보제(祭)』(1971)등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최근에는 21세기 종교와 성령운동에 대해 갈파한 『영성.음악.여성』(1995)을 발표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다.
『영성.음악.여성』의 국내 번역출간(동연출판사)을 맞아 국제신학연구원(원장 이영훈박사) 초청으로 방한하는 콕스 교수는 기독교에 대해 종교적이 아닌 세속적 접근을 통해 산업화한 현대의영적 존재로서 인간의 의미를 탐색한 문명비판 이 론가.
요컨대 고도로 발달한 20세기 문명사회에서 전통적 사회규범을해체하는 세속화 과정과 기독교의 가치구조를 무너뜨리는 종교다원주의 물결 속에서 「사회와 종교의 결합」「역사성과 초월성의 결합」이란 고리 없이 진정한 자유와 공동체적 화합 은 불가능하다고 역설하는 현실주의적 이상론자다.
기존의 교구중심 교회는 낡은 제도적 함정에 빠져있다고 비판하면서 산업사회의 분화에 걸맞게 산업현장.병원.학교등 소외지역에서 선교 공동체가 형성.분화돼야 한다면서 성령운동에 내재한 원초적 영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62년 독일 베를린대학에서 수학하면서 기독교인들과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대화에 참여했는데 당시 디트리히 본회퍼의 비종교적 기독교 해석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본회퍼는 히틀러 암살모의에 가담했다 처형당한 독일의 신학자.
남미의 급진적 종교운동인 해방신학과 바닥공동체운동등 제3세계종교운동에서 종교적 사고와 감수성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찾고 있는 그는 70년대부터 민주화운동과 맞물려 「우상의 지배로부터의인간해방」을 갈구하던 우리나라 종교계.학계 지 식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최근에 펴낸 『영성.음악.여성』에서는 1개의 장을 할애해 한국사회의 종교현상을 분석하고 있기도 하다.무속종교의 포용과 사회적 대응력의 성장에서 한국종교의 성공원인을 찾은 그는 한국교회의 원초적 에너지와 정의를 추구하는 민중신 학의 열정등을 들어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무속을 지나치게 수용함으로써 나타난 주체성 상실,지나친 상업화,교회지도자의 카리스마화등을 경계한다.
콕스 교수는 26일 국제연구원이 개최하는 제5회 국제신학학술세미나에서 주제발표(성령과 교회 경신)에 참여하고 교계.학계등각계 주요 인사들과 두루 만나며 오랜 지우(知友)인 제임스 레이니 주한 미국대사도 방문한 후 30일 출국한다 .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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