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법인 純益 왜 급감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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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결산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집계한 지난 상반기 순이익이 평균 4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투자자들은 「어느 정도는 각오했지만 이렇게 나쁠 줄 몰랐다」는 표정이다.동방페레그린의 이남우이사는 『증권사중 비관적인 편인 우리의 예측치를 밑돈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문성훈 쌍용증권 조사팀장은 『이렇게 된 이상 전기(全期)예상을 수정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이같은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았다.
정말 심각한 것인가.올 상반기 매출증가율 18.6%는 94년대비 95년 매출증가율 25.4%와 비교해 둔화된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94~95년 급성장한 뒤끝임을 고려하면 그렇게 실망할 정도는 아니다.조선과 철강은 엔화약세,석유화 학은 대 중국수출감소,반도체는 메모리칩 가격폭락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달성한실적이기 때문이다.
매출을 자본과 비교하는 총자본회전율이나 자기자본회전율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문제는 수익성이 악화된데 있다.내용을 보면 제조업의 경 우 매출 총이익이나 영업이익까지는 소폭이나마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경상이익.순이익이 갑자기 감소한 이유는 영업외 비용중 환율상승으로 발생한 외화환산손실(환산손)이 컸기때문이다.예를 들어 대한항공의 순손실 2천5백38억원중 1천5백 88억원이 환산손이다.이렇게 보면 순이익이 감소한 만큼 상반기 실적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고 자위해도 좋을지 모른다.하반기에는 환율의 향방에 따라 수익성이 역전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반기 환율은 새 경제팀의 정책의지에 달려있다는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올해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전망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는데,그 책임을 통화당국에돌리고 있다.자본수지상의 흑자가 경상적자를 메우고도 남을 정도인데 환율이 거꾸로 급상승한 것은 통화당국이 개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만일 연말까지 7백90원 정도로 안정된다면 최소한 환율때문에수익성이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다.그러나 일부의 주장대로 환율로 경상수지를 잡으려 한다면 매출엔 별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외환손만 확대시킬 가능성이 크다.더구나 환율이 무역외수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뿐만 아니라 수입가격의 상승으로 물가불안만야기시킬 것이다.
또 경기의 정점이었던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한 올 상반기 실적은 애초 나쁘게 나올 소지를 안고 있었던 반면 경기가 한풀 꺾였던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할 때 올 하반기는 다소 「유리한」 입장에 있다.
권성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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