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水德-물이 지니는 성질을 지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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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물은 천의 얼굴을 가졌다.댐에서 방류되는 물은 웅장함을,깊은계곡의 물은 정결(淨潔)함을 자랑한다.
그러나 생활하수에서는 추악한 모습으로 둔갑하며,홍수때의 흙탕물은 흉흉(洶洶)해 접근조차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물이 지니고 있는 속성은 변함이 없다.공자(孔子)는부단히 흐르는 강물을 보고 인생의 덧없음을 한탄했으며,노자(老子)는 무위(無爲)의 표상이자 상선(上善)의 존재로 파악했다.
또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에서는 물을 복합적인 것으로 인식했는데,이를 테면 겨울.북쪽.검은 색.짠 맛.슬픔.오장(五臟)의콩팥(腎)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나 모두 철학적.미신적 성향을 띤 것으로 물 본연의 속성과는 거리가 멀다.
보다 물리적.실체적 방법으로 파악한 전국시대 초(楚)나라의 사상가 시교(尸교)는 시자(尸子) 군치편(君治篇)에서 물이 지니고 있는 덕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덕(仁德)-만물을 깨끗이 하고 소통시킴.
의덕(義德)-맑은 것을 추구하고 탁한 것을 꺼리며 더러운 것을 말끔히 씻어 줌.
용덕(勇德)-부드러운 것 같으나 범하기 어렵고 약한 듯 하면서도 강한 것을 이김.
지덕(智德)-나쁜 것을 겸손하게 포용함.
유명한 수덕론(水德論)이다.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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