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도서출판 지성의샘 "세계의철학" 1차분 내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서양철학 위주의 편식증에서 벗어나자.』 국내 학계에 사각지대로 남은 세계 각국의 철학사조를 조명하는 의미있는 기획이 시작됐다.도서출판 지성의 샘이 내놓은 『세계의 철학』 시리즈.이제 첫걸음마를 뗀 수준이지만 그동안 소외됐던 여러 지역의 사상을 소개한다는 점이 색다르다.
독일 관념론.영미철학.마르크스주의,그리고 최근의 프랑스철학등이른바 강대국 중심의 연구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시리즈 첫편으로 선보인 지역은 이탈리아와 스칸디나비아,그리고라틴아메리카.외국학자의 논문을 모으거나 단행본 한권을 여러명이번역하는등 체제의 일관성은 부족하나 우리 학계의 현주소를 꾸밈없이 드러내는 솔직함은 긍정적이다.
『이탈리아 철학』은 르네상스부터 20세기까지 이탈리아의 주요사상가를 시기별로 고찰한다.
르네상스 인문주의를 창시한 페트라르카,마르크스 이론의 대가 안토니오 그람시,현존 최고의 미학자이자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는 귀에 익은 사람들이다.
『스칸디나비아 철학』에서도 실존철학의 선구자인 키에르케고르,20세기 양자물리학의 거장 닐스 보어등 익숙한 이름이 등장한다.『라틴아메리카의 철학』은 가장 생소한 지역.
그러나 스페인.포르투갈의 식민지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실천으로서의 사회철학」이라는 독특한 사상을 발전시킨 이곳의 경험은우리에게 더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아프리카와 러시아,동유럽과 중동지역의 철학을 다룬 시리즈 2차분도 내년에 발간된다.
강원대 이광래(철학과)교수는 『우리의 철학적 관심은 너무나 강대국 위주였다』며 『21세기에는 철학의 다극화도 급속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